원희룡 제주지사는 5일 논란이 일고 있는 비자림로 문제에 대해 "정말 난감한 입장"이라며 시간을 두고 기다려달라고 요청했다.
원 지사는 이날 오후 제364회 제주도의회 제1차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비자림로를) 생태도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생태도로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고은실 의원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2013년 이전부터 많은 도의원이 지역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왔던 사업"이라며 "도는 예산이 없어서 미뤄오다가 최근 교통량이 늘어난 자료와 농번기 물류이동으로 쓰이는 도로라는 점 등을 고려해 행정안전부에다가 특별교부금을 요청하고 정부 도움을 받아 어렵게 공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2002년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됐다고 하지만, 사려니숲길을 포함한 도로가 이어지다 보니 아름다운 도로 구간으로 돼 있는 것이지 해당 도로 자체가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원 지사는 "공사 반대는 제주의 환경을 사랑하는 분들이 목소리를 낸 부분이라 일면 고맙기도 하다"면서도 상충하는 가치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지 난감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산림, 도로, 경관 관련 각계 전문가들에게 해법이 무엇이 있을지 자문하고 있다"며 "(제가) 직접 개념을 연구하는 입장이 아닌, 가장 좋은 안이 나오면 이를 갖고 도민에게 양해를 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아름다운 생태도로를 만들어보라'고 주문한 것은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 생태적 가치도 최대한 반영된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원 지사는 지난달 13일 일주일간의 여름 휴가를 마치고 복귀해 가진 기자회견에서 "도민과 더 소통하고, 더 지혜를 모아서 비자림로를 아름다운 생태도로로 만들 방안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는 지난달 2일부터 제주시 조천읍 대천동 사거리에서 금백조로 입구까지 2.9㎞ 구간에 대한 확장공사를 시작했다.

이어 7일까지 이 구간 삼나무 숲길 800m 중 동쪽 500m 구간에 있는 삼나무 915그루를 베어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따라 공사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공사 중단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갔다.

도는 즉각 합리적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공사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도로 확장을 요청했던 성산읍 이장 협의회와 성산읍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정상 추진을 요구하고 나서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간 대립각이 형성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