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 경제성적표 앞세워 보수 지지층 재결집 시도
11월 6일 치러지는 미국 중간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해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를 중간 평가하는 선거로,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뽑는다.
선거 결과에 따라 백악관과 의회를 동시 장악한 트럼프 정권의 국정 주도력이 좌우될 전망이다.
정당별 출마 후보를 뽑는 예비선거가 지난 3월부터 시작돼 이미 48개 주(州) 및 자치령(territory)에서 선출을 마쳤다.
뉴햄프셔 등 일부 주 예비경선이 남았지만, 공화·민주 양당은 치열한 본선 레이스의 막을 올렸다.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무덤…43번중 3번 이겨
최대 관심은 야당인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되찾을지에 쏠린다.
대통령 임기 중간에 열리는 선거인 만큼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면서 야당 지지자들의 투표 열기가 더 뜨겁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현재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은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1기인 2010년, 집권 2기인 2014년 중간선거 때 하원과 상원을 차례로 빼앗았다.
역대 43차례의 미국 중간선거 중 집권당이 승리한 것은 단 3차례에 불과하다.
1934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1998년 빌 클린턴, 2002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이다.
루스벨트는 대공황, 클린턴은 경제 초호황, 부시는 9·11 테러 직후라는 '특수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게 미 브라운 대학의 분석이다.
클린턴과 부시 대통령의 당시 지지율은 60%를 넘었다.
◇'블루 웨이브' 어디까지…민주, 하원 장악 유력시
이번 중간선거 판세도 민주당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선거 분석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538)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현재,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할 확률은 80.3%로 치솟았다.
공화당이 이길 확률은 19.7%에 그쳤다.
민주당은 3주 사이 5%포인트 뛰었고, 공화당은 그만큼 내려앉았다.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이날 현재, 공화당이 191개 지역, 민주당이 201개 지역에서 각각 우세한 가운데 43개 지역에서 경합하는 것으로 분류했다.
현재 하원 의석수는 공화당이 240석, 민주당이 195석이어서 민주당은 지금보다 23석을 더 얻으면 다수당의 지위를 8년 만에 되찾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도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RCP가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 평균값은 '지지한다'가 41.6%로 '지지하지 않는다'(54.2%)보다 12.6%포인트나 낮은 상황이다.
민주당 후보를 향한 후원금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연방선거관리위원회 자료를 보면, 현역 공화당 의원 17개 지역구 중 11개에서 민주당 후보의 후원금이 공화당 의원을 앞질렀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 바람이 상원의 정치지형까지 뒤흔들 만큼 강력하진 않다는 게 전문기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1석, 민주당 49석으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지금보다 2석만 더 추가하면 된다.
11월 선거가 치러지는 35개 선거구 중 공화당이 현역의원인 곳은 9개, 민주당이 현역인 곳이 26개다.
즉, 민주당으로선 26개 선거구를 모두 챙기고 공화당 지역구 2개를 빼앗아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의 해당 26개 선거구 중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승리를 낚은 곳은 플로리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10곳에 달하지만, 공화당의 9개 선거구 중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이긴 곳은 네바다 1곳 뿐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하원만 장악하더라도 집권 후반기 트럼프 대통령을 충분히 흔들어댈 수 있다.
모든 하원 위원회를 장악한 후 청문회, 증인 소환, 문서 조사 등 권한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하원 세입위원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개를 약속했다가 뒤집은 '아킬레스건' 납세기록 자료를 제출받아서 폭로할 수도 있다.
◇"레임덕 없다"…트럼프, 경제성적표 붙잡고 '수성' 자신감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당선을 위한 '다 걸기'에 나선 지 오래다.
지난 3월 예비경선에 시동을 걸 때부터 미국 전역을 순회하며 유세 형식의 대형 집회를 열어 친(親) 트럼프 후보들을 돕고 있다.
지난 7월 유럽 방문 이후로 11월 6일 중간선거 전까지는 해외순방 일정도 잡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총력 모드'로 돌아서면서 각종 여건이 민주당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단 현행 하원 선거구가 공화당에 유리하게 획정돼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기복 없이 견고한 가운데 지지층의 결집력이 뛰어나다는 분석이다.
최고의 호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말 핵심 대선공약인 감세정책을 시행한 후 낮은 실업률과 안정적인 경제성장률 등 경제 호황이 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적표에 대한 자신감도 갖고 있다.
지난달 23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내가 탄핵을 당한다면 시장이 무너지고, 모두가 가난해 질 것"이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 유죄 평결을 끌어낸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는 향후 판세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2016년 대선에서 제임스 코미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선거를 불과 열흘여 앞두고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를 결정했고 판세는 급속히 요동쳤다.
그러나 만약 특검 수사에서 깜짝 놀랄만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나오지 않는다면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부정적인 뉴스에 유권자들이 충분히 둔감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