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우드워드, 신간서 주장… "트럼프, 김정은을 설득해야 인식"
임기초엔 대북 선제공격 플랜 요청… 주한미군 주둔에 강한 회의론
한미FTA 폐기 시도 정황… 게리 콘이 한미FTA 폐기 서한 빼돌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이 다음주께 공식적으로 펴낼 신간이 워싱턴 외교가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한반도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뒷얘기'들이 수록돼있는 점이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만 백악관은 "날조된 이야기"라고 즉각 반박하고 있어 우드워드 주장의 정확한 진위를 당장 판단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4일(현지시간) 일간 WP와 미 인터넷 매체 '복스' 등에 따르면 우드워드는 내주 펴낼 책 '공포:백악관의 트럼프(Fear:Trump in the White House)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와 북핵 문제, 주한미군 주둔,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철회와 같은 주요사안을 놓고 여러가지 견해를 제시해 참모진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이 책은 448쪽 분량이며 다음주 최종본이 공식 출간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과 수백 시간에 걸친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미국 매체들은 사본을 입수해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 김정은과의 기싸움… "사나이 대 사나이의 대결"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벌였던 기싸움을 '사나이 대 사나이의 대결'이라는 식으로 인식했다.

지난해 가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말 전쟁' 수위를 높여가던 당시 백악관 참모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자극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롭 포터 백악관 선임 비서관에게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계속 진행되는 긴장상황을 자신이 어떻게 다루기를 원하는지를 말했다.

그는 "이것은 지도자 대 지도자, 사나이 대 사나이, 나와 김(정은)에 관한 것"이라며 이 상황을 '의지의 대결'로 본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책에 적었다.

이 대목에서 트럼프의 견해를 엿볼 수 있다고 복스는 설명했다.

북한에서 유일하게 중요한 인물은 국가를 거의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김정은이며,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원한다면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문제의 핵심은 두 지도자 사이의 관계가 아니며 오히려 양국이 어떻게 난국을 넘어갈 수 있을 것인지라고 복스는 지적했다.

◇ 트럼프, 주한미군 주둔 중요성 묵살
한미관계의 두 축인 국방과 무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관련된 대목도 눈길을 끌고 있다.

책에 따르면 지난 1월 19일 열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석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대규모 주한미군 주둔의 중요성을 무시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이를 알래스카에서 감지하는 데는 15분이 걸리지만, 미군 주둔 상태에서는 특수 정보 임무 활동을 통해 이를 7초 안에 감지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포함한 주한미군 주둔의 중요성이 간과 내지 묵살됐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가 왜 이 지역에서 재정적으로, 군사적으로 지원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은 "우리는 3차 세계 대전을 막기 위해 이걸 하는 중"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공개석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한 적이 거의 없지만, 사적인 자리에서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고 우드워드는 책에 적었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NSC 회의장을 떠난 뒤 "매티스는 가까운 동료들에게 대통령은 5~6학년처럼 행동했고, 그 정도의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책에 기술했다.

보도에 따르면 매티스 장관은 친구들에게 "국방부 장관은 언제나 자신이 받들어 모시고 일할 대통령을 선택할 수는 없다"고 농담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매티스 장관은 이런 발언들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우드워드의 책에서 내가 한 것으로 돼 있는 대통령과 관련한 경멸적인 말들을 내가 했거나, 그런 말이 내 앞에서 언급된 적이 결코 없다"고 밝혔다.

◇ 한미FTA 폐기 서한 빼돌린 게리 콘
이 책에는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시도를 막으려 했던 일화가 담겼다.

책에 따르면 콘 전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단호한 무역 국수주의를 누그러뜨리려 애를 썼다.

심지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에서 공식적으로 철수하기 위해 서명하려 했던 서한을 대통령의 책상에서 몰래 빼돌렸다고 기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FTA 철회에 관해 언급한 바도 있다.

콘 위원장은 훗날 이에 대해 동료들에게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서한을 치웠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이 사라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한미 FTA가 한국만 무역흑자를 누리는 불공정한 협정이라고 규정하고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결국 지난해 12월 한미 양국은 FTA 개정 협상에 착수했으며 최종 타결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 트럼프, 대북 선제공격 요청
우드워드는 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해 벌어진 다양한 일화들을 서술했다.

백악관 참모진과 각료들은 정부가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 부족과 무능함, 또 기꺼이 배우려 하지 않는 자세 등으로 인해 혼란스러워했다고 우드워드는 책에서 주장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지 한 달 뒤에 던퍼드 합참의장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 공격 계획을 요청해 '전투 베테랑'인 그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고 우드워드는 기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