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이 일제히 입학원서를 받는다. 지난달 29~30일 서울 한양대에서 열린 로스쿨 입학설명회에는 이틀간 5000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제공
다음달 1일부터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이 일제히 입학원서를 받는다. 지난달 29~30일 서울 한양대에서 열린 로스쿨 입학설명회에는 이틀간 5000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제공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 체육관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설명회’가 열렸다. 이틀째 열린 입학설명회인데도 아침 일찍부터 설명회를 찾은 인파로 북적였다.

서울대·성균관대·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상담부스 앞엔 줄이 더 길었다. 서울대 로스쿨 상담을 위해 한 시간 전부터 왔다는 김모씨는 “직장에 휴가를 내고 왔다”며 “LEET(리트·법학적성시험) 성적이 생각보다 잘 나와 서울대 로스쿨에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로스쿨은 각 대학 로스쿨 홈페이지에 1, 2단계 선발 방법을 공지하고 있다. 1단계는 LEET, 학부성적, 영어성적, 서류심사(자기소개서 포함) 등으로 선발한다. 2단계는 1단계 성적과 면접을 통해 최종 선발한다. 이형규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지난해부터 각 대학이 입학요강을 공개하고 있다”며 “이젠 지원자가 자신의 성적으로 어느 대학 로스쿨에 합격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상담부스는 번호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긴 행렬이 이어졌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 5명과 로스쿨 교수 3명이 이틀간 상담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번호표를 받고 한 시간을 기다렸다는 박모씨는 가장 먼저 “자소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물었다. 이 대학 로스쿨 출신인 변호사는 “무엇 때문에 법조인이 되고 싶은지 등 입학동기를 에피소드로 풀어 쓰면 좋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지원자가 “법전공이 아닌 직장인인데 상관없는가”를 묻자 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법조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 로스쿨의 취지”라며 “직장생활 속에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다양한 경험을 자소서에 녹여 쓰면 좋은 평가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로스쿨 입학 지원자는 매년 증가세다. 내년도 LEET 지원자는 올해(1만206명)보다 2.9% 증가한 1만502명에 달했다. 지난 7월15일에 치러진 LEET에는 9700여 명이 응시했다. LEET 시험은 △언어이해(30문항, 70분) △추리논증(40문항, 125분) △논술(2문항, 110분) 등 3과목이다. 언어이해는 지난해 35문항에서 올해 30문항으로 줄었다. 대신 추리논증은 35문항에서 올해는 40문항으로 늘었다. 로스쿨협의회는 지난달 23일 법학적성시험 홈페이지를 통해 응시자들의 영역별 점수 분포를 발표했다. 로스쿨 관계자는 “LEET 점수가 전체 10% 이내라면 서울 상위권 로스쿨에 합격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소 3000등 이내 성적이면 로스쿨 지원 자격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틀간 열린 로스쿨 입학설명회엔 5000~6000명이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로스쿨 관계자는 “LEET 응시자의 절반은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출신”이라며 “인문계 출신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명문대 졸업자들이 로스쿨로 몰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입학설명회장에서 만난 김모씨는 “고려대 영문학과 동기 절반 이상이 오늘 로스쿨 입학설명회장을 찾은 것 같다”며 “LEET 성적이 안 좋아 경북대와 아주대 로스쿨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로스쿨 입학 준비생들의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 ‘서로연(서로 돕는 로스쿨 연구회)’을 통해 만났다는 같은 학과 선배인 유모씨는 “로스쿨 입학을 위해 2년간의 직장생활을 최근 접었다”며 “직장 내 불합리한 모습을 보면서 변호사를 꿈꾸게 됐다”고 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취업률도 높다. 로스쿨협의회의 자료에 따르면, 1기 로스쿨 변호사의 졸업 6개월 후 취업률은 81.8%에 달했다. 취업률은 지속적으로 올라 5기 로스쿨 변호사의 취업률은 91.5%였다. 로스쿨 관계자는 “로스쿨 졸업 후 1년이 지나면 대부분 취업을 한다”며 “실질 취업률은 97%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형규 이사장도 “최근 전남 여수의 한 기업에서 변호사 채용 의뢰가 있었다”며 “월급 500만원인데도 제자들이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눈높이가 맞지 않아 취업하지 않으려는 것일 뿐 변호사들이 취업할 곳은 여전히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로스쿨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로스쿨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입학설명회장에서 만난 한 로스쿨 교수는 “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7%에 달했으나 올해는 49.35%였다”며 “로스쿨이 갈수록 변호사시험 학원화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로스쿨에서 정상적인 과정을 마치면 누구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변호사시험을 자격 시험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25개 로스쿨은 다음달 1일부터 닷새 동안 입학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