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의 이탈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숫자가 대거 불어났다. ‘엑소더스(대탈출)’란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검찰의 ‘재취업 비리’ 수사로 사기가 땅에 떨어질 만큼 떨어진 데다 재취업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3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공정위에서 하반기 들어 다른 정부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로 전출하기 위해 신청서를 낸 직원은 60여 명에 달한다. 공정위 본부 인원이 50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10% 이상이 전출을 희망하는 셈이다. 인사혁신처는 고위공무원이 아닌 4~9급 중앙·지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시로 공무원 인사 교류를 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내부 조직원의 전출보다 다른 부처에서 전입을 희망하는 공무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공정위로선 전례가 없던 현상”이라며 “조직 사기가 바닥을 기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한 사무관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 전례없이 불어닥친 ‘사정 바람’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지난달 정재찬·노대래·김동수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김학현·신영선 전 부위원장 등 전·현직 공정위 간부 12명을 재취업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이 공정위 인사 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1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고위간부 18명을 채용토록 압박해 기업의 인사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의 한 과장은 “재취업 비리 수사가 진행된 이후 사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해지고 있다”며 “사기도 떨어질 대로 떨어진 데다 퇴직 후 갈 곳이 많았던 공정위의 이점이 사라진 것도 대규모 전출 움직임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공정위의 재취업 비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더 많긴 하다. 다른 경제부처의 한 공무원은 “공정위의 무리한 재취업 관행으로 공직 사회 전체가 매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은 “공직자 재취업 제한을 까다롭게 할수록 이를 피하려는 움직임은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재취업 제한을 과감히 풀어 민간과 공직 간이직이 자유롭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도원/이태훈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