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버스로 출근하는 김정욱 과장(가명)은 3일 회사 바로 앞 버스 정류장보다 한 정거장 앞서 내려 걸어갔다. 지난 주말 집에서 ‘AIA 바이탈리티 XT 건강걷기’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뒤 본인 인증과 회원가입을 마치고 나서다. 내친김에 사옥 4층 사무실까지 걸어 올라갔다. 이날 아침 출근길 걸음 수는 3000보 남짓. 점심 먹으러 나갔다 오고 퇴근 때도 한 정거장 전에 내려 집으로 걸어가면 7500보는 무난히 넘길 것 같았다. 이렇게 되면 AIA생명보험으로부터 바이탈리티 50포인트를 받는다. 5일 동안 50포인트씩 주당 250포인트를 꾸준히 획득하면 보험료를 최대 1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인슈어테크 시대' 성큼… 스마트폰앱 활용하면 보험료 ↓
스마트폰 앱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료를 깎아주는 보험상품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보험산업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인슈어테크가 확산된 덕분이다.

AIA생명은 ‘AIA 바이탈리티’를 통해 보험료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무)100세시대 걸작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걸’으면 보험료가 ‘작’아진다는 의미와 함께 ‘훌륭한 작품’이란 중의적 의미를 담아 상품명을 정했다. 바이탈리티 포인트로 정해지는 브론즈·실버·골드·플래티늄 멤버십 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받고, 추가로 SK텔레콤 통신요금 할인이나 스타벅스 커피 한 잔, 뮤직메이트 400회 음악 듣기, 영풍문고 4000원 상품권 중 한 가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바이탈리티 포인트는 하루 걸음 수 7500보당 50포인트, 1만2500보당 100포인트가 제공된다. 차태진 AIA생명 사장은 “이번 상품 출시로 건강 증진과 삶의 질 개선, 의료 재정지출 감소 등 공유가치 창출을 통해 보험 패러다임 변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흥국생명도 걸음 수에 따라 보험료를 최대 10%까지 환급해주는 건강증진형 변액상품 ‘(무)걸으면베리굿(Vari-Good)변액종신보험(저해지환급형)’을 선보였다. 보험 가입 후 ‘흥국생명 스마트워킹’ 앱을 깔고 하루 평균 7000보 이상 걸으면 6개월 동안 납입한 주계약 기본보험료의 7%를, 1만 보 이상일 때는 10%를 환급해준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는 ‘라이프케어 CI종신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건강 앱 ‘닐리리만보’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국민체력 100’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면 보험료를 최대 50만원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삼성화재도 건강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걷기나 달리기, 등산 등 운동을 하면 포인트를 주는 ‘애니핏’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참좋은 가족건강보험’ 가입자가 1년에 250만 보 이상을 걸으면 보험료를 1% 할인해준다. 삼성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도 보험 가입 후 걸음 목표를 달성하면 경품이나 모바일상품권을 제공한다.

운전 습관만 좋아도 자동차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상품도 있다. 블랙박스나 마일리지 할인처럼 과속이나 급가속, 급정거를 하지 않으면 안전운전 할인을 받는 셈이다. 내비게이션 앱인 T맵이 운전자의 운행 기록에 대해 점수를 매겨 일정 수준 이상이면 DB손보와 KB손해보험은 보험료를 최대 10% 깎아준다. 주행거리 500㎞ 이상이면서 운전 점수가 61점 이상이면 가능하다. 점수가 기준에 미달해도 일단 보험에 가입한 뒤 조건을 달성하면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환급해주기도 한다.

업계는 이 같은 특약할인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