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권’ 보장기간이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10년 동안 한자리에서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오는 30일께 국회를 통과할 것이란 소식이다.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이 큰 데도 벼랑 끝으로 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는 모습이다.

약자를 배려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의욕만 앞세우다간 약자를 나락으로 밀어 넣는 결과가 벌어지기 일쑤다.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로제’가 취약계층을 대량 실직으로 몰아간 데서 잘 드러난다. 이해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실행 가능한 해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임대인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여한 이번 조치가 수반할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재산권 행사를 제약받는 상황은 임대인에게 적지 않은 압박을 가할 것이다. 건물주는 이로 인한 리스크에 대비해 최초 계약 시 임대료를 최대한 높여 부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현재의 5년 보장 조항이 도입된 당시 임대료가 크게 올랐던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다.

상가임대차도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다. 건물주가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올리는 ‘갑질’이 횡행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은 상당한 편견이다. 지난 2분기 상가공실률은 10.7%로, 1년 전보다 1.1%포인트나 급등했다. 이에 따라 2분기 평균 임대료도 오르기는커녕 약보합세다. 서울 명동과 홍대입구 등 특급 상권에서도 빈 점포가 넘치고 있다.

사유재산권과 함께 시장경제의 두 축을 이루는 ‘사적 자치의 원칙’이 경시되는 풍토가 만연돼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저임금법 사태다. 기업마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데도 획일적인 강요로 자율을 막은 결과는 파국적이다. ‘주52시간 근무제’ 역시 마찬가지다. 탄력근로제 등 최소한의 사적 자치가 봉쇄된 데 따르는 부작용이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시장경제가 온전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유재산권 보호와 함께 각 개인의 자유 의사 및 자기책임원칙에 따른 계약을 존중하는 사적 자치가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공정경제’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기업을 압박하는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물론 중견기업들조차 성공의 결과로 덩치가 커졌다고 수많은 규제폭탄을 맞는 현실에서 시장경제의 활력을 기대할 수는 없다. 국가나 행정기관의 과도한 개입은 궁극적으로 구성원 전체의 손실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사유재산권과 사적 자치라는 시장경제를 견인하는 두 개의 엔진에 이상이 생긴 것이 요즘의 고용참사와 소득격차 확대의 근본 원인이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