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불안한 중국 경제, 체질을 바꿔야
중국의 거시경제 동향이 불안하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 4월 초 달러당 6.3위안 수준에서 8월 초 6.9위안 수준으로 올라 거의 10%가량 가치가 떨어졌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올 1~7월엔 5.5%를 기록,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올 6월까지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6%였던 데 비해 7월 한 달 동안 0.5%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7월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당초 예상치를 상회한 2.1%에 달해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 조짐마저 보인다.

중국은 경기 하강과 환율 불안을 미국의 선공(先攻)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 갈등 때문인 것으로 보고 미국과의 타협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6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세 차례 무역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 상무부 차관이 22~23일 미국 재무부 차관을 만나 양국 간 무역 현안을 다시 협상테이블에 올리기로 했다. 미국은 공세적이고, 중국은 초조한 양상이다. 중국 경제 구조가 취약한 탓이다.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과 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농산물과 자동차 등의 대(對)중국 수출 역시 불리해질 것이라는 중국의 대응 논리는 약하다. 미국이 선별적 관세 부과의 방아쇠를 당기자 그 충격의 상당 부분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흡수했으며 관세 부과 대상 외의 중국 상품도 수출 가격이 하락하는 교역조건 악화를 경험했다. 반면 대두(콩)를 포함한 중국의 농산물 및 에너지 수입 가격은 위안화 환율 변동으로 급등했다. 중국은 도시화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식량안보에 취약하다. 또 원유 사용량의 60% 이상을 수입한다. 최근 미국의 중국 기업 중싱(TZE)에 대한 제재 사례에서 보듯이 외형적으로 급성장한 중국의 첨단 기술 영역은 미국의 기술과 핵심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신형 대국’ 중국의 꿈이 ‘힘의 투사(投射)’가 아니라 체질 변화로 방향을 선회해야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줬다. 지난 40년간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중국은 외자와 기술 도입에 의한 수출 확대, 중국 공산당의 권력 독점, 지방정부 간의 이기적 경쟁, 정부 주도의 관료적 기업 풍토에 의지해 고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그로 인한 성장통(成長痛)을 제대로 치유하기도 전에 하루빨리 강대국 반열에 올라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힘의 논리에 빠져들어 미국의 견제를 자초했다.

중국은 일시적 충격 회피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과 환율 조정보다는 경제 체질과 정치경제 구조 변화가 더 시급하다. 이제 인구 14억 명의 중국은 1인당 소득 1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이 ‘중등 소득(중진국) 함정’에 빠져 거대한 개발도상국에 머물지 않으려면, ‘하드 파워’에만 의존한 대국이 아니라 ‘스마트 파워’를 갖춘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중국의 조화로운 국력 신장은 법치(法治)의 시장, 각 지역 경제의 자율적 발전, 중국 공산당의 민주적 정책결정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우리에게 중국의 변신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국 경제는 중국 거시경제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환율을 포함한 경제 변수의 동조화 현상 역시 심각하다. 최근 3개월간 원화의 달러 환율 상승폭도 6%에 이를 정도로 위안화 환율 변동 양상과 비슷하다. 경기 침체 속의 물가상승이나 취업난, 산업구조 고도화의 필요성, 식량 및 자원 안보 등 당면 문제도 비슷하다. 그동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상이한 전략 운용으로 한·중 거시경제의 동조화 및 양국 공통의 문제에 대한 실질적 협력 틀이 약화됐다. 중국의 경제 체질 업그레이드에 한국은 가장 적합한 파트너다. 양국 경제의 보완적 협력 강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