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리자동차가 말레이시아 국민차 기업으로 불리는 프로톤과 신에너지차 분야 합작사를 설립한다.

2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두 회사는 신에너지차 개발과 생산, 구매 등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50 대 50으로 합작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양사는 조만간 추가 협의를 벌여 구체적인 개발 계획과 신차 모델, 생산공장 장소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지리차 관계자는 “합작사를 통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신에너지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며 “프로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지리차는 지난해 5월 프로톤 지분 100%를 가진 말레이시아 대기업 DRB-하이콤그룹으로부터 프로톤 지분 49.9%를 인수해 2대주주가 됐다. 프로톤의 자회사인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로터스의 지분 51%도 확보했다.지리차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서 유일한 자동차 생산기업인 프로톤과의 협력을 강화해 동남아 전체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아세안 자유무역협정에 따르면 올해부터 10개 회원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무관세로 역내 수출입이 가능하다. 인구 6억2000만 명의 거대 경제권인 아세안에선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이 자동차 시장의 9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

프로톤은 ‘아세안 대표 자동차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1983년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주도로 설립됐다. 1990년대 말레이시아 자동차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국민차 기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아세안 시장을 석권한 일본 자동차 기업에 밀려 지난해 자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15%로 떨어지면서 해외 파트너를 물색해왔다.

지리차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동차 굴기’를 선도하고 있다. 2010년 스웨덴 볼보자동차의 승용차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볼보 트럭과 버스를 생산하는 볼보AB 지분 8.2%를 사들였다. 올해 2월엔 메르세데스벤츠와 다임러트럭 등을 산하에 둔 독일 다임러의 지분 9.69%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

지리차는 2016년 중국 승용차 판매량 순위에서 10위권에 처음 진입한 뒤 지난해 6위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6억위안(약 1조7400억원)으로 전년(51억위안)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전체 5위, 중국 토종 브랜드 중에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