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정부예산안 편성작업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면서 중장기 재정운용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제 기획재정부가 국가재정포럼을 연 데 이어 어제는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재정추계와 개편안을 발표했다.

국가재정포럼에서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년간 세수가 예상보다 60조원 더 들어올 것”이라는 발언을 한 게 주목받았다. 기존의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있는 세수 전망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얘기란다. 법인세와 소득세가 잘 걷혀 올 상반기에만 19조원이 더 들어온 게 낙관적 전망에 힘을 실어줬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도 기업들의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생산, 소비, 투자, 고용 등 경제 지표도 좋은 게 없다. 성장률이 추락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대에 머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세수의 경기 후행적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지난해 해외에서 공장을 신·증설한 중소기업이 1884개에 달할 정도로 기업들의 해외이전이 증가 추세다. 투자, 입지, 고용 등에 걸친 규제가 근본 걸림돌이겠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같은 일련의 친(親)노조정책이 기름을 끼얹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김 부총리의 낙관적인 세수 전망은 정부지출 확대를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국회에서도 ‘7% 중반대 이상’이라는 수치까지 제시하며 내년에도 재정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중요한 점은 중장기 재정건전성 또한 일차적으로 그가 책임져야 할 정책이라는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가 “10년 뒤 한국 재정이 대단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문제인식을 절반만 했거나, 핵심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크다. 그가 맡은 책무는 ‘10년 뒤 재정절벽’을 경고해놓고는 “증세문제, 중·장기적 국가비전과 국정운영 방향 등에서 많은 함의를 갖고 있다”고 모호하게 말할 만큼 녹록지 않다. 복지 팽창 등으로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부자 증세’가 아니라 ‘보편적 증세’ 방안을 제대로 제시하고 국가적 논의도 주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재정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과도한 낙관론, 중·장기적으로는 대안 부재’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