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엊그제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없애기로 합의했다. 특활비를 유지하되 투명성을 높이는 쪽으로 우회하려다가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선회한 것이다. 영수증 첨부가 필요 없어 ‘눈 먼 쌈짓돈’으로 불렸던 특활비 지급 관행을 바로잡겠다니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꼼수 폐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장실을 중심으로 특활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여야 원내대표 몫의 특활비만 폐지하고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몫에 대해선 절반만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아니 한만 못한 일’이 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이참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국회의원들이 내려놓아야 할 특권과 특혜는 특활비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의원들은 세계 최고 수준(2016년 기준 OECD 3위)의 세비를 받고, 본회의와 상임위원회 회의에 1년 내내 불참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본회의에 불참할 때마다 의정활동 지원비를 깎는 독일 하원이나 경고나 견책 등 징계를 내리는 프랑스 하원과 비교된다.

의원 1인당 보좌진 수(9명)도 일본과 유럽의 주요 국가들이 4~5명 수준인 데 비해 월등히 많다. 의원 4명당 정책보좌관 1명만 두는 스웨덴 국회도 있다. 한국 의원들은 기사 월급뿐 아니라 유류비 등 차량 관련 지원비도 타내고 있지만, 북유럽 의회의원들은 대부분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아무런 교통비 지원이 없어서다.

이렇게 호사를 누리는 데 더해 국민들에 봉사가 아니라 ‘군림’하면서 빚어지는 폐단도 외국 의회의원들과 다른 점이다. 국정감사 때만 되면 기업인들을 불러 윽박지르고, 부실 입법을 쏟아내기 일쑤다. 온갖 특권을 누리면 일이라도 잘해야 할 텐데, 한국 국회의 경쟁력은 OECD 국가 가운데 26위로 꼴찌 수준이다(지난해 서울대 조사). 한국 국회가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기관으로 꼽히는 이유다.

여야는 선거 때마다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약속해 왔다. 19대와 20대 총선 때 주요 정당들은 세비 30% 삭감, ‘무노동 무임금(본회의·상임위 회의 결석 때 세비 삭감)’ 등을 공약했지만 어느 것 하나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세비를 2.6% 인상했다. “국회의원들에게 최저임금을 줘도 아깝다”는 지적이 왜 나오는지 의원들은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