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눈먼 쌈짓돈’ 비판을 받아 온 국회 특수활동비(특활비) 가운데 교섭단체에 배정된 몫만 없애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반쪽 폐지’ 논란이 일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은 ‘꼼수 특활비 폐지’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게 특활비 전면 폐지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면 폐지가 이뤄질 때까지 국민과 함께 양당을 압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김철근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민주당과 한국당은 특활비 전면 폐지에 동의한다고 했지만, 단 하루 만에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특활비를 반으로 축소해 유지하려는 꼼수를 드러냈다”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대국민 사기극까지 벌인 적폐 양당”이라고 비판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특활비가 비판받는 것은 세금이 사용처를 모르는 쌈짓돈처럼 쓰였기 때문”이라며 “의장단·상임위원장 특활비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교섭단체를 구성한 여야 3당은 전날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회동한 뒤 특활비를 완전 폐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일 오후 교섭단체에 배정된 특활비만 없애고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장 몫은 절반으로 줄인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이 “반쪽 폐지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연간 특활비 62억원 중 교섭단체에 배정된 돈은 전체의 24%인 15억원이다. 국회 관계자는 “남북한 교류 협력 등 의원 외교활동은 기밀이 요구되기 때문에 특활비를 써야 한다”며 특활비 전면 폐지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민주당과 한국당은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 특활비 폐지 여부는 국회의장 권한”이라며 국회에 공을 넘겼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내 교섭단체로서 (특활비 폐지에) 합의했으니 국회의장이 곧 발표하는 개선안을 보자”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도 기자들에게 “한국당은 특활비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으니 국회의장께서 국회 특활비 문제를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국회는 16일 특활비 개선안을 발표한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