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결함에 따른 화재 위험으로 리콜(결함 시정) 대상이 된 BMW 차량들이 10일 경기 평택항과 가까운 BMW 차량물류센터 근처 공터에 세워져 있다. BMW코리아는 평택항에 리콜 부품이 도착하면 이들 차량에 장착한 뒤 차량 소유주에게 되돌려줄 계획이다.
최근 10년 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수입차 시장이 성장통을 앓고 있다. 2007년 5만3390대에 그쳤던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지난해 23만3088대로 네 배 이상 늘었다. ‘일단 팔고 보자’는 식의 수입차 업체 판매 경쟁이 시장 전체의 외형 확대로 이어졌지만 급성장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사후서비스(AS) 부실 문제는 수입차 시장의 대표적인 고질병으로 꼽힌다.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과 고객을 ‘봉’으로 여겨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수입차 업체의 AS 부실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수입차 등록 대수는 190만7698대에 달하지만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수입차 서비스센터는 547곳에 불과하다. 서비스센터 한 곳당 3500대가량의 차를 맡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보험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평균 수리 기간은 5.3일인 데 비해 주요 수입차 15개 브랜드의 평균 수리 기간은 8.2일에 달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매년 서비스센터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급격하게 늘어나는 수입차 판매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올 들어 치열해진 수입차 업체들의 할인 경쟁에도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수입차 업체가 전략적으로 정가를 비싸게 책정해놓고 선심 쓰듯 할인 공세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들쑥날쑥한 고무줄 가격에 수입차 업체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들의 할인 경쟁이 결국 비싼 부품값과 공임으로 소비자에게 되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소비자를 차별 대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은 2016년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 파문 이후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1인당 최대 1200만원의 보상금을 줬다. 이에 비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100만원짜리 서비스 쿠폰을 제공하는 데 그쳤다. 최근 연이은 차량 화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BMW는 ‘늑장 리콜’ 논란에 휩싸였다. 2016년부터 유럽에서 비슷한 화재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알면서도 한국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수입차 업체들이 판매량 급증에 힘입어 실적을 크게 불렸지만 사회공헌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4조2664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기부금은 26억원에 불과했다. 벤츠 관계자는 “벤츠코리아의 매출 대비 기부금 비중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한국도요타의 기부금도 7억원에 그쳤다. 벤츠코리아의 지난해 배당성향(배당총액/순이익)은 전년보다 11.2%포인트 높은 63.2%에 달했다. 최대 주주인 독일 다임러그룹 본사로 송금하는 금액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올초부터 뜨겁게 달아오른 수입차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는 14만109대가 팔려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6월까지 국내에 등록된 수입차는 201만5455대로, 처음으로 200만 대 문턱을 넘어섰다. 이 같은 판매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30만 대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차를 단순한 ‘탈 것’ 이상의 사치재로 대하는 국내 소비자 성향이 수입차 업체들의 치열한 할인 경쟁과 맞물려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日보다 수입차 점유율 세 배 높아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입차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13만5780대)보다 18.3% 늘어난 16만627대로 집계됐다. 한국(지난해 승용차 판매량 152만 대)보다 자동차 시장 규모가 세 배가량 큰 일본(438만 대)과 비슷한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올해 같은 기간 17만3672대의 수입차가 판매됐다. 한국 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5.2%로, 일본(5.5%)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다. 2~3년 내 한국의 수입차 시장 규모가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국내 수입차 시장의 성장세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이끌고 있다. 벤츠는 한국에서 지난달까지 4만5784대를 팔았다. 수입차 시장의 28.5%를 점유하며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BMW는 같은 기간 전년 동기보다 19.7% 늘어난 3만8527대를 팔아 벤츠를 뒤쫓고 있다.올해는 ‘디젤게이트(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지난 2년간 판매가 중단됐던 아우디폭스바겐이 복귀하면서 수입차 시장이 더욱 과열되는 모양새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지난 4월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재개하자마자 단숨에 월간 수입차 판매 순위 3위 자리를 차지했다.승차감보다 하차감, 기왕이면 수입차올초부터 시작된 수입차 업체들의 치열한 할인 경쟁도 시장 성장세에 불을 붙인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벤츠는 중형 세단 E200 아방가르드 모델을 최대 1500만원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옵션을 추가한 국산 중형차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가격이 떨어졌다. BMW도 인기 모델인 준중형 세단 320d를 1000만원 가까이 깎아주면서 맞불 작전을 펼쳤다. 아우디는 최근 준중형 세단인 2018년형 A3를 40%가량 할인 판매하겠다고 밝혔다.밀려드는 할인 공세에 소비자들도 국산차 대신 수입차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승차감만큼이나 ‘하차감’을 중시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는 ‘조금 무리하더라도 기왕이면 수입차’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하차감이란 차에서 내릴 때 느끼는 기분, 즉 남들과 다른 차를 운전한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을 뜻하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의 할인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입차 시장 문턱이 크게 낮아졌다”며 “여기에 소비자들의 과시욕구가 맞물리며 수입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수입차 업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할부제도도 수입차 구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2010년부터 시작된 원금유예 할부제도는 차값의 일부만 먼저 내고 36~60개월 뒤 한꺼번에 잔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당장 목돈이 없어도 수입차를 살 수 있어서다. 올해 수입차 개인 구매 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은 40.9%에 달한다. 할부제도를 이용해 수입차를 구매하는 젊은 층 소비자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일각에선 툭하면 파업을 일삼는 현대자동차 노조에 반감을 느껴 국산차 대신 수입차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정부가 BMW 화재 사고를 막기 위해 리콜(결함 시정) 대상 차량에 대해 오는 14일까지 안전점검을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추진한다.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0일 “현재로서는 리콜 대상 차량이 모두 안전점검을 받는 게 중요하다”며 “점검 상황을 봐가며 행정명령을 내릴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한인 14일이 다가와도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차량이 여전히 많으면 강제명령을 내려서라도 모든 차량이 검사를 마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리콜 대상인 10만6317대 중 지난 9일까지 안전점검을 받은 차량은 약 5만7000대다.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8일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차량과 화재 위험이 있는 것으로 분류된 차량에 대해 운행정지 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자동차관리법 제37조에 따르면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은 안전운행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동차 소유자에게 차량의 점검과 정비를 명령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1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국토부는 화재 위험이 있는 BMW 차량의 매매에 대해서도 안전관리와 감독을 강화하는 조치를 내놨다. 중고차 매매 때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리콜 대상임을 명시해 차량 소유주와 차량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리도록 했다. 중고차 매매업자는 긴급 안전점검을 받은 차량만 판매해야 한다.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