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8.7.10
회장 강은구기자 egkang@hankyung.com 2018.7.10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인천재능대 총장·사진) 두 가지 면에서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교육부에서 고졸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노무현 정부 시절 차관까지 올랐다. ‘고졸신화’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지금은 ‘전문대 전도사’로 불린다. 2010년 이후 8년째 전문대교협 회장을 맡고 있어서다. 지난 7월에 네번째 회장 임기를 시작한 이 회장을 7일 충정로 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 교육부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그에게 교육부는 ‘친정’이자 ‘상급기관’이다. 점잖은 말투로 에둘러 의견을 피력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이 회장은 거침이 없었다.

이 회장의 가장 큰 불만은 교육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대학기본역량진단’ 1차 평가 결과에 있었다. 이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지정되지 못한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제한, 정원감축 등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이 회장은 교육부가 평가를 진행하면서 전문대를 차별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평가에서 일반대는 신청한 대학 160개중 75%인 120개 대학이 ‘자율개선대학’으로 분류돼 합격점을 받았어요. 전문대는 133개 대학중 65%에 해당하는 87개 대학만 자율개선대학으로 인정됐어요.” 그는 특히 “수도권만 놓고 보면 일반대는 90%가 자율개선대학이 됐지만 전문대는 55.8%에 불과했다”며 “결국 수도권 전문대 죽이기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이번 평가에서 전체 대학의 60%가량을 자율개선대학으로 지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과정에서 일반대는 총 27곳이 평가를 받지 않겠다고 포기한 데 비해 전문대는 3곳만 포기했다. “평가를 포기한 대학까지 모수(母數)에 포함시켜 자율개선대학 비중 60%를 맞추다 보니 일반대와 전문대 간 불균형이 생겼다”는 게 이 회장의 주장이다.

이 회장은 한국 대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을 꼽았다. 그는 “요즘 대학 총장들끼리 만나면 교육부가 뭐때문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며 “재정사업을 통해 대학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지원도 안 해주면서 사사건건 간섭만 하는데 대한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 작업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 시스템 전반의 혁신이 절실한데, 정부는 대입제도 개편에만 함몰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은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중요한데, 입시 중심의 교육으로는 ‘이론 바보’만 길러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교육관료로 38년, 전문대 총장으로 12년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교육개혁에 대한 아이디어도 풍부했다. 그는 대학개혁과 만성적인 취업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직업교육 강화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 40만명 정도가 노량진에 모여 ‘인간 유수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은 직업교육의 실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초·중·고등학교때부터 체계적인 직업 교육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일반대 졸업생 상당수가 취업을 위해 전문대로 ‘유턴’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직업교육 강화를 위해선 “교육부·중소벤처기업부·고용노동부 등으로 분산돼 있는 직업교육 관련 업무를 일원화 해 교육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또 “‘고등직업교육 육성법’을 제정해 전문대를 ‘직업교육대학’으로 전환하고, ‘고등직업교육 재정교부금’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의 주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이 회장은 주문했다. “초·중·고등학교 관련 업무 상당부분은 시·도 교육청에 위임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교육부에는 몇백명이 이 업무에 메달려 있어요. 전부다 위임하고 이제는 직업 역량을 키우는 직업교육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학가에서는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으로 인한 등록금 동결로 재정 감소에 더해 학생 수 감소로 ‘적자생존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 현재 전문대 상황은 어떤지요.

“등록금이 동결된 지 10년이 됐습니다. 더구나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입학금마저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학령인구의 감소로 수도권 대학들도 신입생 충원율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정원 미달이 계속되면 대학 재정난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전문대학은 고등직업교육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잃을 수도 있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대학의 줄도산이 곧 현실로 드러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여, 전문대학은 그야말로 ‘전호후랑(前虎後狼)’의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과 국가 경쟁력 강화, 산업수요에 맞는 직업인재 양성 등 고등직업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시점에서 그 기반이 될 필요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는 전문대학뿐만 아니라 대학 사회 전체 지형을 뒤흔들 큰 위기인 것입니다.”

-전문대의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사실 그 동안 전문대학은 이미 정원 감축과 학과 통폐합 등 자구적인 노력을 단계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부가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 저는 입학자원과 입학정원의 불일치를 초래한 원인이 단순히 학령인구의 감소에만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1996년 시작된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사립대학이 109개에서 2013년 폐지될 때까지 156개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에 대한 책임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위기의 책임을 대학 자체에만 전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도 부실대학 퇴출과 관련한 절차나 사립학교법 개정 문제 등에 대한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으로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하여 공동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고등직업교육의 질 개선, 학생복지 지원 등 전문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원가는 제대로 된 교육 및 실습을 시키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정부의 재정적인 뒷받침 없는 고등직업교육의 경쟁력은 요원합니다. OECD 평균 수준의 재정 확충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일반대학에 비해 전문대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가 적은 편이라 생각하시는지요.

“매우 적습니다. 2017년 기준 일반대학(197개 대학 59.0%) 대비 전문대학(137개 대학 41.0%) 수와 입학정원(일반대학 296,679명 63.3%, 전문대학 172,221명 36.7%) 수 등의 비중에 비해 정부의 재정지원 규모는 매우 불균형적입니다. 2018년 교육부 예산을 살펴보면 일반대학은 1조 6533억원(83.7%)이 지원된 반면, 전문대학은 3227억 원(16.3%)이 지원돼 일반대학 대비 19.5%에 불과합니다. 재학생 1인당 재정지원 수혜액은 일반대가 125만원이고, 전문대는 85만원으로 그 차별이 오히려 심화되고 있습니다.”

-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교육부와 노동부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트럼프가 예산과 인력을 줄여 효율성을 높인다는 ‘고인 늪의 물 빼기’ 대선공약의 일환으로 제기한 ‘교육노동부’로의 개편안이 의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지만, 그 취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이번 개편안은 부처 간 중복 기능 정비, 관료주의 폐해 시정 등 정부 개혁의 일환으로 제기되었지만, 숙련된 노동력을 산업현장에 제공한다는 교육개혁의 핵심이 녹아 있다고 판단합니다. 즉, 실질적인 직업교육의 효율성과 성과를 이루기 위한 것이지요. 사실 미국의 교육부와 노동부에서는 그동안 산하 16개 기관에서 40개가 넘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중복 운영하는 비효율을 보여 왔습니다. 이를 일원화해 예산과 인력을 절감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을 적시에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한국도 교육부, 중소기업벤처부, 고용노동부 등으로 직업교육 관련 사업과 프로그램이 분산돼 있습니다. 직업교육 계획과 운영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추진할 주 부서가 선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일자리 확대에 발맞춰 ‘전문대 역할론’을 강조하셨는데. 그 배경은 무엇이신지요.

“그 동안 우리 사회와 산업에서 전문대학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기 때문입니다. 전문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위치 때문에 성적 중심의 경쟁체제에서 밀려 학업에 곤란을 겪고 있었으나, 맞춤형 전공학습과 현장실습을 통해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으로 성장했습니다. 그 결과 최근 취업률이 꾸준히 상승해 2016년에는 드디어 70.6%를 기록했습니다. 일반대학의 64.3%에 비해 6% 이상 높은 취업률입니다. 전문대는 평생직업교육 중심기관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입학한 25세 이상 성인학습자의 84% 가량이 전문대에 입학했습니다. 이는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으로 다시 유턴 입학하는 학생 수에서도 드러납니다. 2017년 유턴입학자는 지원자 7412명 중 1453명으로 최근 5년간 6759명이 입학했고, 이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 그동안 전문대를 직업교육대학으로 전환하자는 얘기도 하셨는데요.

“오랜 기간 공직에 있으면서 제도와 정책은 현실상황과 명실상부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전문대학의 존재 이유는 고등단계의 직업교육입니다. 전국의 모든 전문대학은 사회와 산업 수요에 맞는 전문직업인 양성을 교육목표로 설정하여, 그 경험과 성과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년 2017년 2월 20일 1차 고등직업교육 대토론회와 4월 20일 2차 토론회에서 직업교육대학의 설립 및 운영, 평생직업교육훈련의 활성화와 지원 관련 법령을 총괄하는 ‘고등직업교육 육성법’ 제정을 먼저 제안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고등직업교육의 발전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고 초중등-전문대학-일반대학의 책임성 있는 법적 지위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바로 이 법안에 ‘직업교육대학’을 제안하고 재원투자 조항 등도 명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동시에 고등직업교육 발전의 책무성과 영속성을 강화해야 위해 ‘고등직업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한 안정적 재원 확보도 주장했습니다. 고등직업교육 발전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문대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조금이나마 자리하고 있는데요.

“근본적인 문제는 직업교육에 대한 여전히 낮은 사회적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봅니다. 학벌이나 학력을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는 사회구조와 기성세대가 만든 그릇된 인식 때문인 것이죠. 일반대학, 특히 수도권 일반대학 진학이 미래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는 믿음도 큰 몫을 차지하고요.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을 상대적으로 하위로 인식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낡은 교육 패러다임이자, 우리 사회가 아직 선진화되지 않았다는 반증입니다. 모든 나라들의 모델국가인 북유럽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저는 그들 나라에서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의 위상이 낮다 혹은 차별받는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전문대학과 직업교육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한 마디로 몸 따로 마음 따로 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