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 가게를 열었지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소비 침체 등에 따른 경영 악화로 원금은커녕 이자도 못 갚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자영업자 부채가 600조원까지 증가하자 금융당국은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은행,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자영업자는 고금리를 무릅쓰고 대부업체에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이들이 빚을 못 갚을 경우 금융시스템은 물론 실물경제까지 연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체에서 돈(총 16조5000억원)을 빌린 저신용자 중 21.6%(금액 기준)가 자영업자였다. 지난해 6월 말(18.8%) 대비 2.8%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자영업자만 나홀로 증가했다. 금융권은 자영업자 비중이 올 6월 말 25%까지 늘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영업자가 대부업체에까지 손을 벌린 이유로는 사업자금 부족(55.4%)이 가장 컸다. 생활비(28.0%)나 다른 대출을 갚는 용도(6.2%)로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도 상당했다. 빚 돌려막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자영업자가 최고 금리 연 24%짜리 대부업체 대출을 쓰는 것은 금융당국의 자영업자 대출 옥죄기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부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자영업 차주(借主) 약 160만 명 중 48만 명(30%)이 금리 인상에 취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