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이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을 정기적으로 파악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자영업자별 신용도와 부채상환 능력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자영업자 대출의 효과적 관리를 위한 선결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점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은 △자영업자가 사업자 등록을 한 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거나 △개인 자격으로 가계대출을 받는 경우 △혹은 양쪽에서 모두 대출받는 경우 등 3가지로 나뉜다. 자영업자 대출은 개인사업자 대출보다 더 넓은 의미로 쓰이는 셈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중 가계대출을 동시에 받은 이들이 81%에 달한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 대출을 관리하기 위해선 3가지 유형을 모두 파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산정하는 데 서로 다른 수치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국은행은 월별로 국내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총액을 제시하고 있다. 자영업자 전체 대출을 파악한 적은 있지만 정기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나이스평가정보의 도움을 받아 자영업자들이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뿐 아니라 가계대출까지 더해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집계하지 않는 것은 금감원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한은과 나이스평가정보의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50조원가량 차이가 난다. 한은은 549조2000억원, 나이스평가정보는 598조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같은 차이는 나이스평가정보가 한은 수치에다 외화대출금과 할부금융까지 포함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국내 일반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자영업자 대출만 조사했다.

금감원과 나이스평가정보가 파악한 자영업자 대출에 대부업체 통계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것도 맹점이다. 금융당국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등 자영업자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일부 자영업자가 대부업체와 사채시장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이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를 구분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계형 자영업자는 지역 경기에 민감하다”며 “이들을 구분해내면 복지정책 차원의 금융지원 대상도 명확하게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감원은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생계형 자영업자를 ‘개인사업자 대출 3억원 이하, 연소득 3000만원 이내 사업자’로 정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매출과 종사자 수, 업종의 경쟁 강도까지 파악하지는 못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자영업자 대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대출 규모뿐 아니라 국세청의 도움을 받아 소득 수준 등을 포함한 포괄적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부채상환 능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그는 “자영업자 대출 DB를 통해 기관별·업종별 대출 등 더 세부적인 통계를 정기적으로 공표해야 정확한 부채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