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정자수가 난임(難妊) 부부만이 아니라 사회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포털에는 정자수가 줄어드는 정자감소증, 정자가 희박한 희소정자증, 아예 없는 무정자증, 정자 활동성이 약한 정자무력증 등에 관한 문의가 줄을 잇는다. 의사와 한의사들에게 정자 문제는 새로운 블루오션으로도 여겨진다.
정자수에 대한 걱정은 1992년 덴마크 연구진이 남성들의 정자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이 계기가 됐다. 반대 결론의 연구들도 있었지만 감소 추세라는 게 현재 의학계 컨센서스다. 지난해 7월에는 미국·이스라엘 연구팀이 1973년 이후 2500여 건의 정자 관련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 40년간 서구 남성의 정자수가 59% 줄었고, 계속 감소하면 인류 멸종 가능성도 있다고 발표해 남성들의 정자수 염려증이 재점화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이 연구결과가 ‘정자 공황(sperm panic)’을 불러왔다고 보도했다. 반대로 정자수가 줄더라도 불임남성이 급증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패닉에 빠질 정도는 아니라는 보도도 나온다.
정자수 감소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매연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을 비롯해 비만, 과음, 흡연, 전자기기, 스테로이드, 잦은 사우나 이용, 인스턴트식품, 패스트푸드, 스키니진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체지방 증가는 남성들의 체내에 여성호르몬 분비를 늘려 정자 감소와 발기 부전을 유발한다. 국내에선 코팅되지 않은 전기장판·매트 커버, 은행·마트의 대기표와 영수증 잉크의 유해물질까지 정자수 감소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회심리적 요인도 있다. 남성의 여성화로 인해 정자 생성과 밀접한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한 탓이라는 분석이다. 만혼 증가, ‘알파걸’ 등장, 페미니즘 확산도 무관치 않다. 일본에선 연애 경험이 없는 ‘초식남’들 사이에 1회용 정자 관찰키트(600배 확대)가 인기였을 정도다. 일부 학계에선 20세기 인구 급팽창에 따른 인체의 본능적 반작용이란 해석까지 내놓는다.
남성들에게 예민한 문제인 만큼 관련 건강식품 시장도 호황이다. 차여성의학연구소에 따르면 정자수 감소와 손상을 막는 데 아르기닌, 코엔자임 Q10, 비타민 C·E, 엽산, 아연, 셀레늄 등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성분은 채소, 과일, 견과류, 두부, 등푸른생선, 굴, 참치, 고기류 등에 두루 들어 있다. 결국 고루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게 최선이란 얘기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