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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이승만 대통령의 유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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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영식 논설위원
    [천자 칼럼] 이승만 대통령의 유훈
    오늘은 6·25전쟁 휴전협정 65주년이 되는 날이다. 휴전협정에 서명한 사람은 마크 클라크 주한 유엔군 사령관과 김일성 북한군 최고사령관, 펑더화이(彭德懷)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이다. 지금도 판문점에 있는 군사정전위원회에는 대한민국이 빠져 있다. 한국인이 판문점 남측지역을 통과할 때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라 유엔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이 왜 휴전협정 당사국에서 빠졌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가 약소국이어서 휴전협정 주체가 되지 못한 것으로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렇지 않다. 당시 대한민국의 이승만 정부가 유엔군과 북한·중공군 간 타협의 산물인 휴전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원하지 않았고,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참상을 겪어야 했다. 군인뿐만 아니라 수많은 양민이 희생되고 국토가 초토화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했다. 북의 초반 기세에 밀려 낙동강 전선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던 국군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것은 분명 미군 등 유엔군의 참전과 지원 덕분이었다. 반격의 기치를 높여 북한군을 압록강 바로 앞까지 밀어붙였다. 그러나 중공군의 기습 참전으로 북진통일이 눈앞에서 물거품이 됐다.

    유엔군과 북한·중공군은 전선이 38도선 부근에서 교착되고, 전사자들이 늘어나자 1951년 7월 휴전협상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우리가 원하지 않은 전쟁에서 공산군에 유린당하고 무참히 짓밟혔음도 그 책임 소재를 따지고 않고 ‘묻지마 정전(停戰)’을 하겠다는 게 휴전협정이라면 수용할 수 없다는 게 이 대통령의 확고한 생각이었다.

    이때부터 이 대통령의 치열한 ‘외교 사투(死鬪)’가 시작됐다. 그대로 휴전이 된다면 미군은 한반도에서 떠날 것이고, 대한민국이 적화되는 것도 시간문제로 봤다. 미국에 ‘휴전 결사반대, 단독 북진통일’을 통보했다. 미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내에서는 휴전에 걸림돌이 돼 버린 이 대통령을 제거(에버-레디 작전)하는 방안까지 거론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결연했다. AFP통신은 “이 대통령은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경무대를 방문한 클라크 사령관과 면담을 하는 내내 권총을 붙잡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클라크 사령관은 “이 대통령 책상 위에 ‘북진 통일’이라고 쓴 혈서가 쌓여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대통령은 휴전협정 조인을 끝내 거부했다. 협정의 당사자로서 배제당한 게 아니라 굴욕적 조인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의 처연했던 ‘결단’은 후손들에게 현재진행형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를 엄정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y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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