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송영길·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 예비경선대회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송영길·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왼쪽부터)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당대표 예비경선대회에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7선)·김진표·송영길(4선)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역대 당권 경쟁 가운데 가장 치열한 예선전으로 꼽혔던 이번 예비경선에선 ‘연륜’의 이 의원과 ‘경제 당대표’를 내건 김 의원, ‘문재인 조력자’를 자청한 송 의원이 다음달 25일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최종 승부를 결정짓는다.

◆‘예측불허 컷오프에 후보들 진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에서 3인의 최종 대진표가 확정됐다. 노웅래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은 “총 440명의 유권자 가운데 405명의 중앙위원이 투표(투표율 92%)해 김진표 송영길 이해찬 후보가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김 의원은 당선 후 “첫 관문은 통과했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 많다”며 “경제 살리는 유능한 경제 정당으로 만드는 경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을 당원 동지들에게 설득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2년 전 1표차로 ‘컷오프’당했던 아픔이 있는 송 의원은 “당당하고 공정하게 경쟁해서 새로운 민주당 지도부가 탄생하는 데 참여하겠다”며 “2년 전 컷오프의 아픔이 가시는 거 같고, 열심히 잘 준비해서 본선에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따로 기자간담회를 열겠다”며 말을 아꼈다.

◆‘실세형’ vs ‘경제통’ vs ‘세대교체’

이번 예비 경선은 총 8명의 후보가 출마한 데다 특정 계파가 전폭 지원하는 후보가 없는 독특한 상황 탓에 ‘컷오프’를 통과할 후보 세 명이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투표에 앞서 열린 정견 발표에서 김 의원은 “유능한 경제정당을 이끄는 경제 당 대표로서 승리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줄곧 ‘경제’를 강조하며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노무현 정부 경제부총리 등의 이력을 내세웠다. 후보 등록 막판까지 이번 당권 경쟁의 최대 변수로 꼽혔던 이 의원은 “보수화되고 냉전체제로 편향된 나라가 이제 방향을 잡고 (문재인 정부가) 20년을 가야 기틀을 잡을 수 있다”며 “유능하고 강한 리더십으로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이지스함’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송 의원은 “행정경험을 갖춘 최초의 당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범친문(친문재인계)으로 분류되는 그는 “친문과 비문이 하나로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표 줍쇼’ 막판 표심에 호소

이 의원은 정견 발표 말미에 한 예능프로그램의 제목을 패러디한 ‘한표 줍쇼’ 발언을 통해 막판 표심에 읍소했다. 당권 주자 가운데 최다선(7선) 후보였지만 표심을 잡기 위해 자세를 낮췄다.

2년 전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컷오프’ 문턱을 넘지 못했던 송 의원은 연설 시작부터 90도로 허리를 숙이고 ‘읍소 모드’를 보였다. 그는 “컷오프에서 탈락하고 머리가 띵했지만 당황하지 않고 웃음을 유지하면서 축하를 보내고, 왜 떨어졌는지 점검했다”고 말하자 청중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 표만 부탁드린다”는 그의 호소에 연설이 끝나자 일부 중앙위원 사이에선 환호성도 들렸다. 경제관료 출신인 김 의원은 연설 내내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며 자신이 경제 전문가임을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예비경선을 치르면서 일부 긴장한 후보들의 말실수도 이어졌다. 다선 의원 사이에서 출사표를 던진 재선 박범계 의원은 “2020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서 새로운 정권을 창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이라며 1인당 주어진 7분간의 발표를 마무리 지었다. 일각에선 8인의 후보가 줄곧 ‘문재인 정부의 조력자’를 주창해온 것을 감안하면 ‘새 정권 창출’은 의도치 않았던 실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