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현대자동차·미래에셋그룹 계열 금융회사들의 통합 자본적정성 지표(이하 자본비율)가 지난해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모두 14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하고 있다. 투자지분 매각이나 자본확충 없이는 계열사 출자나 공격적인 영업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적정자본 비율 '턱걸이' 수두룩… 계열사 출자·M&A 길 사실상 막혀
나이스신용평가는 26일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모범규준 발표에 따른 금융그룹별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가 금융당국 평가기준에 근거해 최초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의 통합 자본비율은 111.5%로 규제 대상인 자산총액 5조원 이상 7개 금융그룹 중 가장 낮게 나왔다. 다음은 현대차(119.7%), 미래에셋(134.6%) 순이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비지주회사 형태의 금융그룹에 지주회사 수준의 건전성을 요구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새 자본 규제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도입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달 말 자본비율을 산출하는 세부 기준을 확정했다.

자본비율은 계열사 자기자본 합계를 필요자본으로 나눈 것이다. 필요자본은 위기 대응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종 비율은 조정 항목인 △중복자본 △집중위험(과도한 비금융계열사 출자 등) △전이위험(계열사 동반부실화 가능성) 을 반영해 산출한다. 앞서 금융위는 회사별 집중과 전이 위험을 반영하지 않은 ‘중복자본 차감 자본비율’만 공개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시뮬레이션 결과 금융그룹 모두 자본비율이 10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삼성, 현대차, 미래에셋그룹은 조정항목으로 인한 자본비율 하락이 커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회사의 조정 전 자본비율은 각각 328.9%, 171.8%, 307.3%다.

자본비율이 가장 낮은 삼성은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 매각 압력이 커지고, 신규 출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 4월 삼성생명의 삼성중공업 유상증자 참여 같은 출자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는 ‘전이위험’ 항목의 조정폭을 줄이기 위해 위험관리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봤다. 미래에셋은 대표회사인 미래에셋대우가 최하단에 있어 지배구조 개선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교보·롯데·한화·DB금융그룹은 통합감독에 따른 타격이 거의 없을 전망이다. 교보는 조정 후 자본비율이 200.7%로 7개 그룹 중 가장 높았다. 롯데(164.3%) 한화(152.9%) DB(168.7%) 등도 조정폭이 53~77%포인트에 그쳤다. 다만 롯데는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으로 롯데지주의 롯데카드(지분율 93.8%)와 롯데캐피탈(25.6%) 지분 매각 의무가 발생해 자본비율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지배구조 개선 차원에서 한화투자증권의 최대주주가 기존 한화첨단소재에서 한화생명으로 바뀔 가능성이 점쳐졌다.

금융위는 올해 말 금융그룹 자본규제 최종안을 확정하고 내년 4월 금융그룹별 자본비율을 산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기준을 못 맞춘 그룹사에는 내년 6월 개선권고 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이태호/김진성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