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혼돈의 브렉시트 협상, 파국으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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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브렉시트' 카드 내놓은 메이 총리
'단일시장 이탈' 강경파 무마하기 어려울 것
김흥종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단일시장 이탈' 강경파 무마하기 어려울 것
김흥종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세계의 창] 혼돈의 브렉시트 협상, 파국으로 가는가](https://img.hankyung.com/photo/201807/07.14277040.1.jpg)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브렉시트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때는 어쨌든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윈윈’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협상이 진행되면서 북아일랜드 문제 같은 해묵은 이슈들이 터져 나오면서 브렉시트 협상은 새로운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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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작년 말 1차 협상의 합의가 가져올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파의 태도에 따라 오락가락한다. 작년 말 양자가 합의한 안전장치(backstop) 합의에 따르면 북아일랜드는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양자 간 유일한 육상 국경에서 어떤 변화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두 섬 사이의 바다가 양자 간 실질적인 경제 국경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일랜드의 독립에도 불구하고 북아일랜드를 계속 붙들고 있는 영국에는 이런 상황이 매우 불편하다. “어떤 영국 총리도 이런 조건에 찬성할 수 없다”는 메이 총리의 발언은 영국 입장에서 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영국은 상품과 사람의 자유왕래를 유지하는 특수관계를 그대로 인정받으면서도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을 떠날 수 있는 편법을 제안하고 있으나, EU는 사기 가능성과 통관검사의 복잡성으로 인해 이런 편법이 현실적으로 작동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예컨대 EU보다 영국의 관세율이 더 낮은 제품을 제3국에서 수입할 때 영국으로 들여와 아일랜드로 보내는 우회로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가 당장의 문제로 떠오른다.
필자는 몇 해 전 지금의 유럽연구단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제이콥 리스-모그 의원의 연설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EU는 민주주의의 적”이라고 열변을 토하는 그의 연설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가 구사하는 고전적인 영어가 인상적이었다. 형식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고전을 전공한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과 함께 영국적 정체성을 유럽과 구별하려는 이런 전통적 접근방식은 브렉시트 강경파의 크나큰 자양분이자 협상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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