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무역전쟁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불안, 국제 유가 상승 등 삼중고(三重苦)가 겹치면서 주요국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세계 경제 '三重苦'… 각국 성장률 전망 '하향 러시'
15일 각국 중앙은행과 국제기구에 따르면 유럽과 아시아, 남미 각국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올 성장률 전망을 2.4%에서 2.1%로 내렸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게 주된 이유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올 성장률 전망을 2.5%에서 2.2%로 낮췄다.

신흥국은 더 불안하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달 28일 올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1.6%로 대폭 낮췄다. 기름값 인상으로 촉발된 물류대란 여파와 기업·소비자 신뢰 하락, 경제활동 둔화 등에 따른 것이다. 외환위기로 IMF 구제금융을 받은 아르헨티나도 어려운 상황이다. IMF는 아르헨티나의 올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0%로 깎아내렸다.

터키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올 성장률이 2.5%에 그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종전 4.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지난 13일 터키의 국가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강등시켰다. BB+나 BB 모두 ‘투기 등급’이다. 한국은행도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낮췄다.

주요국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도 낮아지는 분위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3.8%로 종전(3.9%) 전망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전쟁으로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큰 데다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기업과 가계의 부채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높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부채는 올해 1분기 기준 총 247조달러(약 27경8122조원)로 사상 최대다.

신흥국은 달러화 강세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고, 국제 유가 상승으로 수입 물가까지 뛰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신흥시장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마크 모비우스 모비우스캐피털파트너스 창업자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분쟁 격화와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인해 조만간 신흥시장발 금융위기가 올 우려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