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은 표정의 안희정  (사진=연합뉴스)
굳은 표정의 안희정 (사진=연합뉴스)
수행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의 재판에서 아내 민주원 씨가 처음으로 증인으로 출석해 심경을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안 전 지사 사건 제5회 공판기일에 피고인 측 증인으로 출석한 민 씨는 "김지은(33) 씨가 전부터 남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했다"라고 진술했다.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이른바 '상화원 침실사건'과 관련해서는 "그 이후로 위험하다, 남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굉장히 불안했던 것 같다"라고 했으며, 이후 "하는 행동이 점점 불안해졌다"라고 말했다.
상화원 홈페이지
상화원 홈페이지
'상화원 침실사건은' 민씨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 대사 부부를 상화원에서 1박 2일 접대했고 피해자 김씨가 1층, 2층에 우리 부부가 숙박했는데 잠을 자다가 새벽 네 시쯤 발치에 김씨가 서 있는 걸 봤다는 사건이다.

잠귀가 밝은 편이라는 민 씨는 자신이 나무 복도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보니 김 씨가 살그머니 방문을 열고 들어와 발치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민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실눈을 뜨고 보면서 '깨우러 왔나' 생각했는데 안 전 지사가 '지은아 왜그래'라고 부드럽게 말했다"면서 "새벽에 왔으면 화를 내야 하는데 그 말투에 화가 났다"고 증언했다.

민 씨에 다르면 김 씨는 이후 "아, 어"하고 말한 뒤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5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민 씨가 이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자 안 전 지사는 "(사과) 안했어?"라고 반문했고 하루가 지나고 김 씨는 "술을 깨려고 2층에 갔다가 제 방인 줄 알고 잘못 들어갔다"고 사과했다.

새벽에 침실에 온 목적을 묻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 재판부가 묻자 민씨는 “새벽에 김씨가 침실에 온 건 확실하다”면서 "그때 이유를 묻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희정성폭행사건공동대책위는 "김지은은 당시 상화원에서 숙박하던 한 여성이 안 전 지사에게 보낸 문자가 착신돼 온 것을 확인해 다른 일이 일어날 것을 수행비서로서 막기 위해 지사 숙소 앞에서 대기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대책위는 "김씨가 착신돼서 받은 문자내용은 '옥상에서 2차를 기대할게요'였다면서 "문자가 와서 놀라서 2층 계단으로 갔고 쪼그리고 있다가 피곤해서 졸았다. 깨서 불투명 유리 너머로 마주쳐서 후다닥 내려왔다"고 전했다.

"X죽이고 싶지만 애아빠니 구해야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 민 씨는 남편의 미투폭로 관련 무거운 마음으로 증언에 나서면서 "남편을 의심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울먹이기도 했다.

김 씨를 돕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 "피고인 측 증인 7명은 모두 김 씨를 거짓말하는 사람, 안희정을 좋아한 사람으로 몰고 갔다"며 "거짓말하는 사람이라면 (안 전 지사는) 왜 중책을 맡겼나. 안희정을 좋아한 것 같다는, 짜고 친 듯한 발언은 '합의한 관계'라는 주장의 증거인가"라고 되물었다.

안 전 지사를 둘러싸고 부인과 김씨가 상반된 진술을 함에 따라 재판부가 어느쪽 발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