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空피치' 거듭… 쌍용차는 5분기째 적자… 한국GM·르노삼성도 '후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완성차 5사 2년째 고전
인기높은 SUV 출시 늦고
가격경쟁력마저 확보 못해
고임금 저효율 구조는 여전
현대車 노조 부분파업 강행
인기높은 SUV 출시 늦고
가격경쟁력마저 확보 못해
고임금 저효율 구조는 여전
현대車 노조 부분파업 강행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컨베이어벨트는 돌아가고 있지만 그 위에 있어야 할 차가 없을 때가 있다. 현대차 직원들은 이런 현상을 ‘공피치’라고 부른다. 생산 공정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다. 공장 생산능력(공급)에 비해 주문량(수요)이 부족하다 보니 컨베이어벨트가 비어 있는 채로 돌아가는 경우가 잦아진 것이다.
울산공장의 공피치 빈도는 올 들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울산공장의 한 직원은 “주로 2공장과 4공장에서 공피치가 돌아간다”며 “그 횟수는 작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中·美 등 주요 시장서 부진
공피치가 늘어난 이유는 단순하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 대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1~6월) 현대차가 한국에서 생산한 차량은 84만3849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5% 줄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어서다. 제 몫을 하고 있는 차종은 싼타페 등 몇몇에 불과하다. 인기 차종을 제외한 전 라인에서 공피치 현상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피치 빈도가 증가할수록 회사 수익성은 악화된다. 결과물 없이 인건비와 설비가동비가 계속 투입되기 때문이다. 무작정 차량을 생산할 수도 없다. 재고를 관리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인력을 줄이거나 근무 형태를 조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에서 가장 강성이라는 노조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탓이다. 기아차 사정도 비슷하다. 상반기 국내 공장 생산량은 72만9793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5.8% 줄었다.
쌍용자동차는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5분기 연속이다. 지난해 653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고, 올 1분기에도 3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출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후진을 거듭하고 있다.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철수설에 시달렸던 한국GM의 상반기 판매량은 24만6386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7% 줄었다. 르노삼성은 상반기 12만6018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상반기(13만5895대)와 비교하면 7.3% 감소한 수치다.
◆갈수록 떨어지는 글로벌 경쟁력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빠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데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치명적이었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도 한국 차의 발목을 잡았다.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는 12일부터 13일까지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회사 측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의 평균 임금은 9200만원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될 분위기도 아니다. 삼성증권은 2021년 한국 자동차 생산량이 지난해(411만 대)보다 55만 대 줄어든 356만 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한때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7위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조만간 8위로 내려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도병욱/박종관 기자 dodo@hankyung.com
울산공장의 공피치 빈도는 올 들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울산공장의 한 직원은 “주로 2공장과 4공장에서 공피치가 돌아간다”며 “그 횟수는 작년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中·美 등 주요 시장서 부진
공피치가 늘어난 이유는 단순하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차량 대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1~6월) 현대차가 한국에서 생산한 차량은 84만3849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5% 줄었다.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각국의 보호무역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있어서다. 제 몫을 하고 있는 차종은 싼타페 등 몇몇에 불과하다. 인기 차종을 제외한 전 라인에서 공피치 현상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피치 빈도가 증가할수록 회사 수익성은 악화된다. 결과물 없이 인건비와 설비가동비가 계속 투입되기 때문이다. 무작정 차량을 생산할 수도 없다. 재고를 관리하는 데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인력을 줄이거나 근무 형태를 조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한국에서 가장 강성이라는 노조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탓이다. 기아차 사정도 비슷하다. 상반기 국내 공장 생산량은 72만9793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5.8% 줄었다.
쌍용자동차는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5분기 연속이다. 지난해 653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고, 올 1분기에도 3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수출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후진을 거듭하고 있다.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철수설에 시달렸던 한국GM의 상반기 판매량은 24만6386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7% 줄었다. 르노삼성은 상반기 12만6018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상반기(13만5895대)와 비교하면 7.3% 감소한 수치다.
◆갈수록 떨어지는 글로벌 경쟁력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빠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데다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도 못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치명적이었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도 한국 차의 발목을 잡았다.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 현대차 노조는 12일부터 13일까지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임금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회사 측이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현대차 직원의 평균 임금은 9200만원이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이른 시일 안에 회복될 분위기도 아니다. 삼성증권은 2021년 한국 자동차 생산량이 지난해(411만 대)보다 55만 대 줄어든 356만 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자동차 생산량은 한때 세계 5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7위로 떨어질 공산이 크다. 조만간 8위로 내려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도병욱/박종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