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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극한상황에서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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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논설위원
    [천자 칼럼] 극한상황에서 살아남기
    영국 생리학자 케빈 퐁은 “고도로 훈련 받은 군인들도 야간 사고에선 생존율이 50%밖에 안 된다”고 분석했다. 기상 상태와 체온, 호흡 등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갑작스러운 조난 사고에서 살아남으려면 ‘극한상황 생존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인명구조 전문가들은 “사고를 당했을 때 살아남을 가능성은 자신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허둥거릴수록 위험해지기 때문에 침착해야 한다는 것이 제1 생존 규칙이다. 전복된 배 안에 물이 빠르게 밀려들어올 때는 밖으로 탈출할 때까지 구명조끼를 부풀리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 부력 때문에 배 안에 갇히기 쉽다. 차가운 물과 싸우려고 발버둥치는 것은 기력만 소진하므로 가능한 한 몸을 적게 움직이는 게 좋다.

    깊은 산에서는 ‘STOP’ 원리를 먼저 떠올리라고 권한다. 일단 걸음을 멈추고(stop), 타개책을 생각(think)한 다음 주변 지형을 면밀히 관찰하고(observe), 계획(plan)을 세우라는 것이다. 길을 찾지 못하면 그 자리에서 구조신호를 보내거나 눈에 잘 띄는 표식을 하는 게 더 낫다.

    더 중요한 것은 생존에 필요한 자신의 한계를 조절하는 능력이다. 대부분의 고산 등반사고가 하산길에 발생하는 것도 정상에 오르겠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한계를 조절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희박한 공기 속으로’라는 소설·영화로 유명한 에베레스트 원정 사고 때 18명 중 12명이 목숨을 잃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해발 8000m에 이르면 산소 농도가 평지의 3분의 1로 떨어진다.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고 극도의 공포와 고통 속에 헛발을 딛게 된다. 탁월한 리더가 없으면 더 위험해진다. 지하나 동굴에 갇혔을 때도 개인과 팀의 한계조절 능력에 따라 생존이 좌우된다.

    2010년 칠레 광산 붕괴로 광부 33명이 지하에 갇혔을 때, 서로 아우성치며 ‘공황장애’ 현상을 보였다. 그때 54세 작업반장이 한 명씩 붙들고 대화하며 각자의 한계와 가능성을 부드럽게 일깨운 끝에 ‘69일 만의 생환’이란 기적을 일궜다.

    태국 동굴에 갇혔다가 열흘 만에 발견된 축구팀 소년들도 25세 코치의 생존 리더십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코치는 ‘우리는 해낼 수 있다’는 긍정 마인드와 ‘우리는 한 팀’이라는 동질감을 심어주며 희망을 공유했다. 신체 움직임을 최소화해 체력을 안배하고 종유석에 맺힌 물을 모아 마시며 심신의 한계를 조절했다.

    인간이 바꿀 수 없는 상황을 독일 철학자 야스퍼스는 ‘극한상황(한계상황)’이라고 불렀다. 이를 회피하지 않고 의식적으로 뛰어넘을 때 인간 본연의 실존에 눈뜬다고 했다. 이럴 때 희망·믿음·산소·물 등은 우리의 조절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매개이기도 하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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