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9일 오전 8시59분

[마켓인사이트] 토종 PEF도 兆단위 '공룡 펀드' 잇따라 만드나
국내 사모펀드(PEF)업계에서 조단위 펀드들이 잇따라 등장할 전망이다. 큰손 국민연금이 사상 최대 규모인 4000억원을 PEF 운용사 두 곳에 출자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존 조단위 펀드는 IMM PE가 2016년 조성한 1조2500억원 규모의 ‘로즈골드3호’가 유일하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국내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을 위한 공고를 이달 말 낼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대형 PEF(라지캡)와 벤처펀드, 부실자산(NPL) 펀드, 세컨더리펀드(PEF 보유 기업을 인수하는 펀드) 등의 부문에 총 1조9000억원을 맡길 예정이다. 오는 9월 제안서를 받아 연내 선정 작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PEF업계 관심은 2개의 PEF 운용사에 8000억원을 출자하는 라지캡 부문에 쏠려 있다.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 출자자(LP)들이 한 위탁운용사에 한 번에 4000억원을 ‘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이 2016년 2500억원을 출자한 게 기존 최대 규모였다.

국민연금으로부터 4000억원을 투자받는 조건은 나머지 LP들로부터 4000억원을 더 모아 국민연금 자금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이기 때문에 이번에 조성되는 두 펀드 규모는 일단 8000억원을 넘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역대 토종 PEF의 2~3위 순위가 바뀐다.

여기에 교직원공제회, 산업은행, 우정사업본부, 행정공제회, 농협중앙회,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주요 LP의 출자 규모 등을 감안하면 1조원짜리 PEF가 무난히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IB업계 관계자는 “해외 LP들의 자금을 모아 1조2500억원짜리 PEF를 만든 경험이 있는 IMM PE가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면 사상 최초로 2조원이 넘는 PEF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조단위 ‘공룡 펀드’가 조성되면 베인캐피털, 칼라일그룹,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MBK파트너스 등 외국계 운용사나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운용사들과도 겨뤄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거래 가격이 5000억원을 넘는 대형 거래는 대기업이 뛰어든 경우가 아니면 외국계 PEF들이 독점했다. 대형 운용사라고 해도 펀드 크기가 커봐야 5000억~7000억원 수준이어서 대형 M&A에 과감하게 치고 들어갈 여력이 없었다. 국민연금이 4000억원을 내놓는 것도 외국계 PE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H&Q코리아, KTB PE 등이 선정 경쟁에 나설 후보로 꼽힌다. ‘토종 PEF의 맹주’를 가리는 성격이 짙어 대형 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한앤컴퍼니, VIG파트너스,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자산운용PE, 미래에셋대우PE 등 후보군들은 내실과 지배구조를 다진다는 이유로 불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