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글로벌 '데이터 전쟁'서 살아남으려면
지구촌을 달구고 있는 월드컵도 종반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 16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탈락했지만 독일전 승리의 여운이 있다.

이번 월드컵 경기도 몇몇 이변을 제외하면 대부분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승부 예측 사이트 확률이 적중했다. 대부분의 승부 예측 사이트가 우리나라 우승 확률을 가장 낮게 전망했기 때문에 16강 진출 실패에 분노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만약 독일전 이변이 없었더라면 감독과 선수들은 엄청난 비난에 시달렸을 것 같다.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3득점 3실점한 객관적 수치만 보면 그다지 비난받을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 4강으로 높아진 국민들 눈높이를 충족하려면 앞으로 4년간 계획을 세워 전력 증강에 나서야 할 것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소소한 판단은 물론 중요한 결정을 할 때도 객관적 데이터 분석에 근거하기보다 자신의 직관이나 주관적 기대,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 가끔 필드에 나가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기대만큼 스코어가 좋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도 매일 연습하는 프로 선수처럼 좋은 샷을 구사하기 어려운 객관적 현실과 괴리된 주관적 기대에서 발생한다.

주식 투자도 이와 비슷하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는 객관적 데이터에 입각한 투자보다 과거 성공했던 기억이나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투자하는 기관투자가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에는 바둑 천재 이세돌을 격파한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AI)인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하는 기관 투자도 늘고 있다.

개인정보를 수집·분석해 활용하는 빅데이터산업이 세계 ‘경제지도’와 인간 삶의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 빅데이터산업은 이미 금융과 유통산업 생태계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블록체인, AI,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기존 금융거래와 유통거래를 대체하고 있고 에어비앤비, 우버와 같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유경제 기업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IBM이 개발한 AI ‘왓슨’은 의사보다 더 정확하고 신속한 암 진단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왓슨도 광범위한 의료 데이터 수집이 가능한 미국에서나 활용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간 경쟁은 데이터 경쟁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일찍이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인식하고 정보의 수집·활용에 대한 규제를 신축적으로 운영해왔다. 지금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상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미국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전 세계 사람을 상대로 공짜로 정보를 수집·활용해오고 있다.

그 결과 이들 기업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세계 경제를 선도하고 있고 수집된 정보를 이용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도 누리고 있다. 뒤늦게 빅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깨달은 중국과 유럽이 근래 들어 자국의 빅데이터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 지원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 당시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과잉 규제에 막혀 빅데이터 관련 산업 발전이 정체되는 등 세계적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의 원유 격이다. 앞으로 혁신 성장을 통해 청년과 여성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빅데이터산업에 대한 과거 정부의 비정상적인 규제부터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보 유출 및 조작, 스마트폰 중독 등 빅데이터 사회 도래로 인한 다양한 부작용에는 철저히 대비해야겠지만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