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라그 파닥 교수는 > △1980년 미국 뉴욕 출생 △2002년 하버드대 졸업(응용수학 전공) △2007년 하버드대 박사(경제학) △2007~2009년 하버드대 강사 △2008~2014년 MIT 경제학과 조교수, 부교수 △2012년 알프레드 P 슬로안 펠로 △2014년~ MIT 정교수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 선정 45세 이하 경제학자 25인 △2018년 존베이츠클라크 메달 수상
< 파라그 파닥 교수는 > △1980년 미국 뉴욕 출생 △2002년 하버드대 졸업(응용수학 전공) △2007년 하버드대 박사(경제학) △2007~2009년 하버드대 강사 △2008~2014년 MIT 경제학과 조교수, 부교수 △2012년 알프레드 P 슬로안 펠로 △2014년~ MIT 정교수 △2014년 국제통화기금(IMF) 선정 45세 이하 경제학자 25인 △2018년 존베이츠클라크 메달 수상
“좋은 교육 환경을 조성하려면 학생과 학교에 선택권을 돌려줘야 합니다.”

파라그 파닥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3일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MIT 연구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파닥 교수는 학생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는 문제에 대해 “경제학자 누구나 동의하듯 기회의 문제며, 언제나 선택권을 주는 게 주지 않는 것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파닥 교수는 지난 15년간 학교 선택권의 경제적 효용을 연구해 올해 미국경제학회(AEA)가 40세 이하 경제학자에게 주는 ‘존베이츠클라크 메달’을 받았다. 폴 크루그먼, 로렌스 서머스 등 기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약 3분의 1이 젊은 시절 이 메달을 받아 ‘예비 노벨경제학상’으로 불리는 상이다.

미국에서도 대학 진학 성적이 우수한 특수목적고의 신입생 선발 등을 놓고 논란이 자주 벌어진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최근 맨해튼의 스타이브슨트 등 8개 특목고 신입생 선발 때 입학시험을 아예 폐지하거나 정원 20%를 흑인과 히스패닉에 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험만으로 뽑았더니 60% 이상이 아시아계로 채워져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시아계 학부모와 졸업생 등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파닥 교수는 특목고 등 엘리트 학교와 학업성취도의 연관성을 연구해왔다. 그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명문고인 스타이브슨트에 지원한 학생을 대상으로 마지막에 합격한 10명과 가장 작은 점수 차로 떨어진 10명의 성취도를 몇 년간 연구했더니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다. 파닥 교수는 “학생들을 열심히 공부하게 하는 건 선택 시스템”이라며 “엘리트 학교 자체가 성취도를 높인다기보다는 엘리트 학교 입학을 위해 학생들이 더 열심히 공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닥 교수는 이 같은 선택권보다 학교의 질 자체를 강조했다. 그는 “교육의 목적은 좀 더 많은 이에게 좋은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라며 “누가 어떻게 어떤 학교를 운영하는가가 교육의 질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파닥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좀 더 긴 수업시간과 수업일수, 수업방법 개선 노력 등이 학업 성취도의 질적인 차이를 만들었다. 그는 수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비디오 분석 등을 도입한 학교를 예로 들었다. 파닥 교수는 “스포츠 경기를 슬로 비디오로 보며 분석하는 것처럼 선생님들의 수업 장면을 촬영해 보면서 교육 방법을 개선해가는 학교가 늘고 있다”며 “이렇게 데이터를 활용하는 학교의 교육 효과가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런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학교가 많이 나오게 하려면 교과과정 운영 등에서 일선 학교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선 1990년대 이후 자립형 공립고인 차터스쿨이 대거 등장했다. 공공재단 등이 운영자로 나서 공립학교와 같은 지원을 받되 교육과정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소규모 학교다. 뉴욕에는 미술학교, 음악학교, 항공학교, 요리학교 등 600여 개 차터스쿨이 있다.

파닥 교수는 “차터스쿨은 학업성취도와 졸업률, 대학진학률 등에서 일반 공립고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학교에 선택권을 주면 여러 가지 실험을 거쳐 더 좋은 교육 시스템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률적 교과과정과 학생 선발 방법 등을 중앙에서 강요하기보다 각 학교에 맡기는 게 좋다는 얘기다. 그는 다만 “학교에 선택권을 주더라도 농사를 지을 때 잡초를 솎아내듯이 세심하게 지켜보고 끊임없이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파닥 교수는 한국의 특목고 폐지 논란 등과 관련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공통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엘리트 스쿨을 허용하면 입학하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 반감이 생겨나고 지역 배정을 해도 불균형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들이 이런 문제를 이용한다고 꼬집었다.

파닥 교수는 “미국에서도 정치인들이 엘리트 학교에 특정 인종 계층이 몰린다며 인종과 계층을 섞어 인기를 얻지만 정작 학교 교육의 질엔 관심이 없다”며 “선택권 문제보다 중요한 건 교육의 질”이라고 말했다. 모든 학교의 질을 높이는 게 교육 불균형 문제의 해결책이란 얘기다.

파닥 교수는 “하나의 완벽한 교육 시스템은 없다”며 “결국 좀 더 나은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려면 학교와 학생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최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목표가 다양하다”며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더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교육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임브리지=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