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월공단 문닫은 한 공장, 전기요금 체납 안내장.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20170125
전기요금 진짜 올리나 안올리나. 매우 예민한 주제입니다.

정부는 작년 말 공개적으로 약속했습니다. “2022년까지 전기요금 인상률이 1.3% 이하가 될 것”이라고 했지요. 5년간 1.3%이면, 연평균 0.2~0.3%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거의 동결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전기요금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던 건 국제유가가 똑같다는 가정 하의 얘기”라는 해명을 조금씩 내놓고 있지요. 전력 송·배전을 독점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김종갑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전기요금이 싸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매년 1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은 작년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입니다.

전기요금을 높여야 하는 요인들은 자꾸만 쌓여 갑니다. 대부분 정부 정책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겁니다. 대표적인 게 탈(脫) 원전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죠. 전세계적으로 가장 싼 원전과 석탄 대신, 가장 비싼 태양광과 풍력 비중을 대폭 높이려는 계획입니다.

1983년 상업 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도 탈원전 정책의 일환입니다. “경제성이 나빠 조기폐쇄하는 것”이란 게 정부 입장입니다만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월성 1호기 이용률을 60%까지만 높여도, 조기폐쇄보다 이익이란 사실은 한국수력원자력도 처음부터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월성 1호기는 첫 가동 이후 연평균 80% 이상 이용률을 보여왔고, 2012년부터 6000억원이 추가 투입돼 안전성이 보강됐습니다.

요금인상 요인은 또 있습니다. 환경부와 산업부는 엊그제 “국내 온실가스를 당초 계획보다 두 배 많이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 및 유류 화력발전소엔 비상이 걸렸지요. 정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선, 발전소들이 값싼 화력발전 대신,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을 더 돌려야 합니다. 상당한 원가 상승 요인입니다.(아이러니하게도 원자력발전소는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습니다.)

오는 10월부터는 미세먼지가 많은 날 화력발전소 출력을 최대 80%로 제한하는 ‘상한 제약’도 시행됩니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고 다음 날까지 농도가 50㎍/㎥ 이상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 광역단체장이 “발전소 출력을 낮추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발전사들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의무 규정이죠. 이 역시 전기요금 인상을 압박할 겁니다.

정부는 결과적으로 전기요금을 적지 않은 폭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전 한수원 등 공기업이 언제까지나 적자를 보면서 버틸 수는 없겠지요. 공기업 적자 역시 국민 부담이기도 하구요. 몇 년 잘 틀어막는다 하더라도 결국 차기 대선이 있는 2022년 직후엔 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상엔 공짜가 없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