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처음이라] '15만 담배가게' 15년째 그대로…전자담배숍은 3년 새 25% 증발
데이터 속 '객관적 장사 상식' 기본 안내서
아래 질문 답 모르겠다면, 꼭 읽어보세요
# 우리 동네 담배가게는 총 몇 곳?
# 인구·면적대비 담배가게 최다 지역은?
# 전자담배 판매점 비중은 어느 정도?
# 담배값 인상, 궐련형 출시 영향은?
매장 수 추이는 업종의 흥망성쇠와 맥을 같이 한다. 뉴스래빗이 [#서울맵] 시리즈에서 얻은 교훈이다. 매장 수 변화는 업황에 대해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을 가장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다. 수많은 '장사의 비결'보다도 먼저 길러야 할 기초 체력이다. 그래서 [장사는 처음이라]는 데이터 속 객관적 장사 상식을 소개한다. 소상공인을 고민에 빠뜨리는 업종을 선정해 최근 업황을 분석한다.
담배 장사는 곁다리입니다. 편의점 등 잡화를 파는 가게에서 많이들 함께 팔죠. 그래서 대표적인 '미끼 상품'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매출에 기여하는 비중은 작지만 손님의 발길을 끌 수 있단 뜻입니다.
하지만 새로 가게를 여는 사람도, 이미 운영하는 사람도 궁금해합니다. 담배를 함께 파는 게 장사에 도움이 될지, 이 정도면 잘 팔리고 있는 건지, 우리 지역은 담배 장사 경쟁이 치열할지 말이죠.
뉴스래빗이 선보이는 새 시리즈 [장사는 처음이라]. 첫 업종은 담배소매업입니다. 전국에, 우리 지역에 담배가게는 몇 곳이나 있을까요. 담배값 인상, 전자담배 이용률 증가, 궐련형 전자담배 등장 등 최근 몇 년간의 변화에 담배가게 수는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전자담배 판매점은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할까요.
행정안전부는 현재 영업 중이거나 과거에 존재했던 모든 업소의 인·허가 기록을 서비스한다. 홈페이지(http://localdata.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전체 데이터가 무려 726만5533건(2018년 6월 현재)에 이른다.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지만 전국 현황을 두루 보긴 어렵다.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경우 수천 페이지, 파일로 내려받아도 수백MB(메가바이트)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뉴스래빗이 이 데이터를 뜯어본다. 업종·분야별 특성에 따라 다채로운 경제·사회적 의미를 찾아본다. [장사는 처음이라]는 이 데이터로 선보이는 첫 시리즈다. 소상공인을 고민에 빠뜨리는 업종을 선정해 최근 업황을 설명한다.
분석엔 행정안전부 인·허가 기록 중 '담배소매업' 업종 전수(총 53만9587건·2018년 6월 현재)를 활용한다. 파이썬(Python) 프로그래밍 언어로 인·허가 기록 수십만 건을 자동으로 수집·정제·분석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수십 년간 쌓인 53만9587건 담배소매업소 인·허가 기록 중 전자담배 판매점의 기록 3403건도 따로 추려 살폈다.
경기·서울·경북·경남·부산 순
국내에 영업 중인 담배가게는 총 15만1300곳입니다. 2018년 6월 28일자 최신 집계입니다.
경북·경남은 다소 특이합니다. 담배가게가 각각 경북엔 1만675곳, 경남엔 1만512곳 있는데요. 경기, 서울 바로 뒤를 잇습니다. 인구 수로 따졌을 때 경기·서울 바로 다음 규모인 부산(9510곳)보다도 많습니다.
인구·면적 대비 비율 높은 '광주'
그렇다면 인구 대비 담배가게 수를 정확히 따져볼까요. 인구 수 대비 담배가게가 가장 많은 곳은 강원도입니다. 154만5291명 인구에 담배가게가 8202곳 있습니다. 강원도민 1000명당 담배가게가 5.3곳. 보통 1000명당 2~3곳 수준인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1000명당 4.3곳인 전남, 4.2곳인 충북, 4곳인 제주도 상대적으로 인구 대비 담배가게가 많은 편에 속합니다.
강원도엔 인구 대비 담배가게가 많다보니 미성년 인구 대비 담배가게 수도 가장 많습니다. 미성년자 100명당 3곳 꼴입니다. 다른 지역은 보통 미성년자 100명당 1~2곳 안팎입니다. 세종시가 미성년자 100명당 0.96곳으로 가장 낮습니다.
면적이 넓으면 담배를 함께 파는 잡화점의 절대 숫자가 아무래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강원도는 16827㎢로 광역단체 중 두 번째로 면적이 넓거든요. 강원도보다 더 넓은 경북(19031㎢)에 담배가게가 경기·서울 바로 다음으로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인구 대비 담배가게 수가 많다고 해서 경쟁이 치열하거나 담배 노출도가 높은 건 아니란 뜻이기도 합니다.
면적 대비 담배가게 수를 따져보면 보다 정확한 담배가게 밀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압도적으로 밀도가 높은 지역은 서울입니다. 1㎢에 무려 36.6곳 꼴입니다. 시 전체 면적(605㎢)이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입니다. 부산(면적 770㎢)이 1㎢당 12.4곳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주목할 곳은 광주입니다. 면적(501㎢) 대비 담배가게 수(5194곳)가 적지 않습니다. 1㎢당 10.4곳으로 부산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광주는 인구 수로 따지나 면적으로 따지나 담배가게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에 속합니다. 면적과 인구 수가 엇비슷한 대전(인구 149만5234명, 면적 539㎢)보다도 700여곳 많습니다.
2013~2015 2년 만에 4배 이상 ↑
담배소매업소 개·폐업 기록 53만9587건 안엔 전자담배 판매점도 포함돼 있습니다. 2018년 6월 현재 전국에 1513곳이 운영 중입니다. 전체 담배가게 15만1300곳 중 비중은 1%로 미미합니다.
전자담배 매장은 2013년부터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1월 1일 519곳이던 매장 수가 2014년 1567곳, 2015년 2118곳까지 많아졌습니다. 2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난 셈입니다.
2014년 정부가 담배 가격 인상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4년 전자담배 용액 수입액이 전년 대비 344.5% 폭등하기도 했다네요. 담배값 인상 발표의 여파로 수요가 급증해 2015년 1월 1일 판매점 수가 2118곳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궐련형 이전 이미 시작한 추락
하지만 2015년 전자담배 판매점 수에서 이미 하락세가 예견됐습니다. 2015년 한 해동안만 전국에서 235곳이 줄어들었죠. 이후 2016년 198곳, 2017년 96곳씩 꾸준히 줄어 올 1월 1일엔 1589곳을 기록했습니다. 3년 새 529곳, 25%나 감소했습니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상륙한 2017년 이전부터 전자담배 시장은 이미 추락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판매 등이 일상화됐음을 감안해도 작지 않은 감소폭입니다.
다만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가 기존 전자담배 판매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 6개월새 76곳이 또 줄었거든요. 6월 28일 현재 전국 전자담배 판매점 수는 1513곳에 불과합니다. 반 년만에 이미 전년 감소량의 80% 가까이 줄어든 걸 보면, 2018년 감소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격 인상 여파 미미, 궐련형 영향은 지켜봐야
2018년 6월 28일 현재 전국 담배가게는 15만1300곳입니다. 1997년 5만곳, 1999년 10만곳, 2002년 15만곳을 돌파하며 증가한 끝에 15년째 그 수를 유지 중이죠. 2004년부터 그대로던 담배 가격이 단번에 2000원 올랐던 2015년 한 해동안도 오히려 담배가게 수는 늘었습니다.
다만 2017년 시작된 '궐련형 전자담배 열풍'의 여파는 주목할 만합니다. 2014년부터 유지하던 16만곳 선이 2017년 깨졌기 때문입니다. 2013년부터 계속 증가하던 담배가게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2017년입니다. 2017년 1월 1일 16만6413곳(역대 최대 규모)에서 2018년 6월 28일 현재 15만3000곳으로 1만3413곳 줄었죠. 십수 년간의 추이에 대입하면 큰 폭은 아니지만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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