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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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지수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속도 가속화 우려에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주변국 가운데 유독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투자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14일 오후 2시3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91포인트(1.37%) 하락한 2434.92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오후 한때 2427.81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같은 시간 홍콩H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0.60%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0.27%, 일본 닛케이지수와 대만가권지수가 각각 0.69%, 1.09%의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날 한국 증시가 여타 신흥국에 대비 큰 낙폭을 보이 것은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센터장은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섰지만 국내는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를 따라 올리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에 낙폭이 더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며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외국인 매도나 글로벌 자금유출에 대한 우려가 많이 작용해 다른 국가보다 낙폭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박 센터장은 "북미 정상회담도 끝나면서 대북 이슈도 마무리됐고,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 회의 내용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며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가 0.50%포인트인데, 연 4회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져 한미 금리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자본 유출 진행에 대한 시장 우려가 커져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한국의 기업이익이 작년보다 늘어날 수 있겠지만 모멘텀이 둔화돼 수급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아쉬운 상황"이라며 "하지만 코스피 2400선은 2월 미국 국채금리 상승 충격 당시에도 대체로 지켜졌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수준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복귀할 수 있는 지지선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모멘텀의 부재와 이날 도래한 선물옵션 만기일이 겹쳐 전체적인 매도물량이 확대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FOMC의 결정으로 외국인들이 신흥국의 비중을 줄이는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재료가 노출되면서 그동안 크게 올랐던 종목들에 대한 차익매물이 실현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려면 대북제재가 풀려야하는데 이는 오는 9월 유엔총회에서나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양 센터장은 다만 "앞으로 대북 제재가 풀리고 남북 경제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인근 국가에서도 북한 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사안을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오늘 한국 증시는 전체적인 수급이 빠지는 장이었다"며 "대북 관련 주가 많이 빠지고 있고 특히 오늘 선물옵션 만기일이 도래하면서 프로그램 매매에서 매도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대승을 거둔 점 역시 코스피 낙폭 확대에 일조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전문가는 "여러 변수 중 우리나라에만 유독 크게 적용될 수 있는 건 북미 정상회담 결과와 지방선거 등"이라며 "여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앞으로 가계 위주의 경제정책을 펼치는 것이 기업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 오정민/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k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