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출시된 G70. 제네시스가 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를 타깃으로 내놓은 엔트리 세단이다. (사진=제네시스 홈페이지)
지난해 국내 출시된 G70. 제네시스가 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를 타깃으로 내놓은 엔트리 세단이다. (사진=제네시스 홈페이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를 타는 미혼 직장인 이모씨(40)는 최근 제네시스 G70 세단을 알아보고 있다. G70 디자인과 스타일이 C클래스와 비슷해서다. 그는 "올 9월 보증기간 만료(36개월) 이전에 차를 바꿀 예정"이라며 "G70이 C클래스와 주행 감성이 비슷한 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벤츠, BMW 등 독일 스포츠 세단을 이용하던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출시 초기 브랜드력이 약해 판매량 확대에 애를 먹었던 제네시스가 서서히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BMW 4시리즈를 3년가량 탔던 40대 직장인 A씨는 올 봄께 제네시스 G70 2.2 디젤로 차를 바꿨다. 요즘 독일차 업체들의 할인 판매가 심해 예전처럼 브랜드 가치를 별로 못 느꼈다는 게 제네시스로 갈아탄 이유다.

A씨는 "제네시스 브랜드는 흔해진 독일차보다 식상함이 덜했다"며 "직접 체험해보니 주행 성능과 감성 품질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고 강조했다.

G70은 제네시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아우디 A4 등 독일 스포츠 세단 고객층을 겨냥해 내놓은 엔트리급 세단이다. EQ900, G80과 함께 제네시스 세단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타깃 연령대는 30~40대로 운전 재미를 찾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다.

G70은 2.0 터보 및 3.3 터보, 2.2 디젤 세 종류로 팔리고 있다. 소비자 가격은 3750만원부터 책정돼 최고급형 5410만원까지다. 6기통 3.3L 터보 차량은 동급 최상위 수준인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m이다. 신차 개발 당시 가혹한 주행코스로 악명 높은 독일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1만㎞ 이상 주행하며 핸들링과 내구성, 동력 성능 등을 집중 점검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수입차에서 국산차로 이동하는 현상은 사고 후 수리기간이나 서비스 불만족이 크게 반영됐을 수 있다고 본다.

박재용 이화여대 교수(자동차 평론가)는 "가격 할인으로 수입차의 초기 비용 부담은 크게 낮아졌으나 여전히 고가의 부품 수리비로 인해 보증기간이 끝나면 교체 수요가 많아진다"며 "고객들이 부품 수리를 맡기는데 2~3주씩 걸리면 그때 실망감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입차는 수리비 부담이 커 신차 구매후 보유기간이 대체로 짧다"며 "수리비나 부품 교체 속도가 국산차 수준으로 짧아지지 않으면 수입차에서 국산차로 이동하는 고객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수입차 업체들이 그동안 단점으로 지적돼 온 보증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시기인 만큼, 제네시스가 브랜드력을 키우려면 수입차보다 더 나은 서비스 만족을 줘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초기 고객을 지속적으로 끌어안으려면 소모품 무상교환 횟수를 늘리거나 보증기간 연장 프로그램 같은 사후 서비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