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이뤄졌던 해외 자원외교 프로젝트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자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당시 정부 방침에 따라 자원개발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했을 뿐인데 이제 와서 “의사결정과 집행 과정이 모두 잘못됐다”는 건 자기부정 아니냐는 게 일부 간부의 불만이다. “이런 식이면 에너지전환 등 현재 정부의 중점 과제를 책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원외교 주역이라더니… 이제와서 잘잘못 따지자고?"
산업부는 지난 29일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의혹을 밝혀달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자원개발 사업은 털고 가야 하며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검찰 수사 의뢰 배경을 설명했다. 산업부는 작년 11월 ‘해외 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내부 감사는 물론 한국석유공사·광물공사·가스공사 등 공기업 3사의 81개 해외 사업 실태를 조사했다.

자체 조사에 따르면 하베스트 사업은 2009년 41억달러를 투자했으나 지금까지 회수액이 400만달러에 그치고 있다. 산업부는 ‘해외 자원개발 설명자료’에서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부) 장관을 지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하베스트 인수를 지시했는지가 쟁점”이라고 밝혔다. 전직 장관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산업부 내부에선 자괴감을 호소하는 분위기다. 고위간부의 “해외 자원외교 수사에 현직 산업부 공무원도 당연히 포함되지 않겠느냐”는 발언이 알려지면서다. 당시 해외 자원개발을 담당했던 일부 실·국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강남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이 30일 돌연 퇴임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하 공기업 임면권을 갖고 있는 산업부가 강 전 이사장에게 면직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만료까지 1년5개월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강 전 이사장은 이명박 정부 당시 지경부에서 자원개발원자력정책관 등을 맡았다.

산업부의 한 직원은 “해외 자원개발을 한창 추진하던 2008~2009년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했고 철강 가격도 종전 대비 3배 넘게 올랐던 시기”라며 “국가적 비상시국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자원 확보에 나섰는데 이제는 역적이 된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