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인터뷰] 김상조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재계 의견에 특별히 더 귀 기울이겠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현대車그룹 지배구조 개편
추진과 중단 결정 모두 긍정적
이재용·정의선 등 기업 오너가
만나자고 하면 만날 용의 있어
삼성, 금융부문 지분 정리 마무리
금융지주사 설립 당장에도 가능
지배구조 개편, 미룰수록 비용 커
한국, 경영권 위협 경험하는 중
장기 투자자의 신뢰 얻어야
투기자본 공격 막아낼 수 있어
현대車그룹 지배구조 개편
추진과 중단 결정 모두 긍정적
이재용·정의선 등 기업 오너가
만나자고 하면 만날 용의 있어
삼성, 금융부문 지분 정리 마무리
금융지주사 설립 당장에도 가능
지배구조 개편, 미룰수록 비용 커
한국, 경영권 위협 경험하는 중
장기 투자자의 신뢰 얻어야
투기자본 공격 막아낼 수 있어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아이콘’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다음달이면 취임 1년을 맞는다. 지난 1년 동안 ‘김상조 효과’는 숫자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가 접수한 민원·신고는 4만1894건으로 전년 대비 31.8%나 증가했다. 김 위원장이 취임 직후 “공정위는 ‘을’의 눈물을 닦아주는 민원 처리 기관이 아니다”(2017년 7월10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고 했지만 그에 대한 경제적 약자들의 기대는 컸다. 공정위 제재가 급증하고 대책 발표도 줄을 이었다. 공정위가 지난해 검찰에 고발한 사건은 사상 최대(67건)를 기록했다. 최근 경제민주화 국정과제의 이행상황을 총괄 점검하는 태스크포스(TF)가 공정위에 설치되는 등 김 위원장의 위상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김상조 1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지나치게 기업을 압박해 정상적인 기업활동까지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경제민주화 추진이 생각보다 더디다”는 정반대 주장도 있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있는 집무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났다.
▶얼마 전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정책간담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어떤 것을 주로 논의했습니까.
“CEO들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약하게 될 것을 우려하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려해 법 개정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은 단순히 재벌개혁을 위한 법률적 수단 마련이 아니라 ‘21세기 경쟁법의 현대화’라는 큰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CEO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재계에서도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거래관행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적극 시정해줄 것도 주문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 오너들도 만날 생각이 있는지요.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먼저 만나자고 제안할 상황은 아니고 요청해오면 만나겠습니다.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보자고 하면 만나듯이 기업인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것이 있으면 나눌 것입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현대자동차그룹 공격을 계기로 재계에서는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꼭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에서는 경영권 위협 사례가 많다고 할 수 없습니다. 최근 헤지펀드 공격에 당혹감을 느끼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경영권이 지나치게 흔들려서는 안 되지만 고착화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현대차는 결국 지배구조 개편을 중단했는데요.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과 중단 결정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늦지 않은 적절한 시점에 지배구조 개편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추진 내용에 대해 주주와 시장으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했습니다. 주주총회까지 밀어붙이지 않고 중간에 그만둔 것도 긍정적입니다. 삼성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애국심 마케팅을 앞세워 주총을 강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논란으로 지금까지 엄청난 비용을 치렀습니다. 현대차는 삼성에서 교훈을 얻었을 것입니다.”
▶현대차는 경영권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1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하는 등 대규모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장기 투자보다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쏟는 건 손실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제학자는 동전의 양면을 동시에 봅니다. 비용과 이익이 공존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경험하는 사례들은 장기적으로 비용보다는 이익이 클 것으로 봅니다. 경영권은 천부의 권리가 아니라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일 뿐입니다. 너무 흔들려서도 안 되지만 특정인과 가문에 고착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미국식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이미 상장돼 있는 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연기금 같은 장기투자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헤지펀드 공격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경영권 안정화 방법입니다.”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혁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성공하면 (대주주나 투자자가) 엑시트(투자 회수)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되면 도입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기존 상장사에 대한 도입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습니다.”
▶정부의 ‘반(反)재벌 정책’이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투자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부, 특히 공정위가 재벌 지배구조의 특정한 형태에 대해서 딱 하나의 길을 정해준 적은 없습니다. 현대차 사례에서도 합병 비율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한국 자본시장은 이미 개방돼 있습니다. 기업 스스로가 지배구조 개선을 지연할수록 단기 펀드들의 공격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정부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8.2%)을 매각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생명이 전자 지분을 늘린 적도 없는데 무리한 요구 아닐까요.
“(생명이 전자에 처음 지분투자한) 30년 전에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요. 모든 경제 문제는 경로의존적입니다. 삼성으로서는 충분히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10대 그룹 간담회에서 삼성에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통해 금산분리를 해결하는 2016년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보고서를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2016년 보고서는 생명 중심의 금융지주사를 설립하고, 다음에 전자 중심의 일반지주사를 설립한 뒤, 중간금융지주회사가 제도화되면 금융지주사와 일반지주사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3단계가 언제 어떻게 될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1단계는 지금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삼성은 금융 부문의 지분 정리가 거의 끝났습니다. 추가 비용 없이도 금융 부문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가능합니다.”
▶보고서대로라면 생명이 전자 지분을 다 팔지 않고 2대주주로만 내려오면 되지만 보험업법 개정(계열사 주식을 보험사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 추진이 변수입니다.
“삼성이 생명을 사금고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으면 사전적인 규제를 타이트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의 비은행 분야 금산분리 규제 문제는 거칠게 말하면 삼성만의 문제입니다.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어떤 방향으로 선택하고, 주주와 사회가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법률 개정의 방향은 삼성의 개선 노력에 달렸습니다. 방법은 삼성 스스로 결정해 가능한 한 빨리 내놓아야 합니다. 미루면 미룰수록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다중대표소송, 전자·서면투표 등 ‘경제민주화 상법 개정’도 기업들은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안에는 논의가 성숙되지 않은 이슈도 있습니다. 일곱 개 주요 의제 중에서 여야 간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것은 다음 기회에 논의하는 것으로 넘기고 지금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입니다. 현실적으로 필요하면서 바람직한 의제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다중대표소송과 전자·서면투표제는 공감대가 이뤄졌고 야당이 주장하는 주주총회 정족수 규정 개선(주총 성립 및 의결 요건 완화)도 합의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법 개정은 공정위와 법무부가 협의하고 있습니까.
“상법은 주무부처가 법무부이지만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과의 조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부처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재계 의견은 어떤 식으로 반영되고 있는지요.
“공정거래법이 경제 현실과 유리되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은 공정거래 관련 정책 대상인 동시에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이기 때문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논의 안건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반영했습니다.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의 대략적인 개편안이 나오면 토론회를 열어 재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도 논의되고 있습니까.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는 일반 지주사가 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중간금융지주사를 그 자회사로 설치해 금융사를 총괄·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도입에 대해서는 ‘금산복합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금산분리에 반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금융그룹통합감독시스템이 먼저 정착되고,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도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에 금산분리 내용도 들어가나요.
“일정 정도 들어갈 것입니다. 다만 공정위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치는 과정이 있습니다. 공정위나 특위 모두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처럼 생경한 수단을 꺼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수단을 합리적으로 조합하는 것이 공정거래법 개편의 주요 원칙입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62년 경북 구미 출생
△서울 대일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노사정위원회 경제개혁소위원회 책임전문위원
△재정경제원 금융산업발전심의회 위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글=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CEO들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약하게 될 것을 우려하며 ‘글로벌 스탠더드를 고려해 법 개정을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은 단순히 재벌개혁을 위한 법률적 수단 마련이 아니라 ‘21세기 경쟁법의 현대화’라는 큰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CEO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재계에서도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와 거래관행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적극 시정해줄 것도 주문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 오너들도 만날 생각이 있는지요.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먼저 만나자고 제안할 상황은 아니고 요청해오면 만나겠습니다.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보자고 하면 만나듯이 기업인들과도 이야기를 나눌 것이 있으면 나눌 것입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현대자동차그룹 공격을 계기로 재계에서는 불안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꼭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에서는 경영권 위협 사례가 많다고 할 수 없습니다. 최근 헤지펀드 공격에 당혹감을 느끼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경영권이 지나치게 흔들려서는 안 되지만 고착화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현대차는 결국 지배구조 개편을 중단했는데요.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과 중단 결정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늦지 않은 적절한 시점에 지배구조 개편 결정을 내렸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추진 내용에 대해 주주와 시장으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했습니다. 주주총회까지 밀어붙이지 않고 중간에 그만둔 것도 긍정적입니다. 삼성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애국심 마케팅을 앞세워 주총을 강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논란으로 지금까지 엄청난 비용을 치렀습니다. 현대차는 삼성에서 교훈을 얻었을 것입니다.”
▶현대차는 경영권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1조원 규모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하는 등 대규모 비용을 치르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장기 투자보다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쏟는 건 손실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경제학자는 동전의 양면을 동시에 봅니다. 비용과 이익이 공존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경험하는 사례들은 장기적으로 비용보다는 이익이 클 것으로 봅니다. 경영권은 천부의 권리가 아니라 주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일 뿐입니다. 너무 흔들려서도 안 되지만 특정인과 가문에 고착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 미국식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이나 이미 상장돼 있는 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연기금 같은 장기투자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헤지펀드 공격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경영권 안정화 방법입니다.”
▶벤처기업에 대한 차등의결권 도입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혁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성공하면 (대주주나 투자자가) 엑시트(투자 회수)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경우에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에 필요한 한도 내에서 사회적으로 합의되면 도입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기존 상장사에 대한 도입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습니다.”
▶정부의 ‘반(反)재벌 정책’이 헤지펀드의 공격적인 투자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정부, 특히 공정위가 재벌 지배구조의 특정한 형태에 대해서 딱 하나의 길을 정해준 적은 없습니다. 현대차 사례에서도 합병 비율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한국 자본시장은 이미 개방돼 있습니다. 기업 스스로가 지배구조 개선을 지연할수록 단기 펀드들의 공격 가능성은 더 높아집니다.”
▷정부는 삼성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8.2%)을 매각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생명이 전자 지분을 늘린 적도 없는데 무리한 요구 아닐까요.
“(생명이 전자에 처음 지분투자한) 30년 전에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요. 모든 경제 문제는 경로의존적입니다. 삼성으로서는 충분히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10대 그룹 간담회에서 삼성에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통해 금산분리를 해결하는 2016년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 보고서를 해법으로 제시했습니다.
“2016년 보고서는 생명 중심의 금융지주사를 설립하고, 다음에 전자 중심의 일반지주사를 설립한 뒤, 중간금융지주회사가 제도화되면 금융지주사와 일반지주사를 수직으로 연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3단계가 언제 어떻게 될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1단계는 지금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삼성은 금융 부문의 지분 정리가 거의 끝났습니다. 추가 비용 없이도 금융 부문의 지주사 체제 전환은 가능합니다.”
▶보고서대로라면 생명이 전자 지분을 다 팔지 않고 2대주주로만 내려오면 되지만 보험업법 개정(계열사 주식을 보험사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 추진이 변수입니다.
“삼성이 생명을 사금고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으면 사전적인 규제를 타이트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한국의 비은행 분야 금산분리 규제 문제는 거칠게 말하면 삼성만의 문제입니다. 삼성이 지배구조 개편을 어떤 방향으로 선택하고, 주주와 사회가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법률 개정의 방향은 삼성의 개선 노력에 달렸습니다. 방법은 삼성 스스로 결정해 가능한 한 빨리 내놓아야 합니다. 미루면 미룰수록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가 추진하는 다중대표소송, 전자·서면투표 등 ‘경제민주화 상법 개정’도 기업들은 부담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상법 개정안에는 논의가 성숙되지 않은 이슈도 있습니다. 일곱 개 주요 의제 중에서 여야 간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것은 다음 기회에 논의하는 것으로 넘기고 지금 필요한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입니다. 현실적으로 필요하면서 바람직한 의제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합니다. 다중대표소송과 전자·서면투표제는 공감대가 이뤄졌고 야당이 주장하는 주주총회 정족수 규정 개선(주총 성립 및 의결 요건 완화)도 합의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상법 개정은 공정위와 법무부가 협의하고 있습니까.
“상법은 주무부처가 법무부이지만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과의 조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부처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재계 의견은 어떤 식으로 반영되고 있는지요.
“공정거래법이 경제 현실과 유리되지 않도록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은 공정거래 관련 정책 대상인 동시에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이기 때문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논의 안건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반영했습니다.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의 대략적인 개편안이 나오면 토론회를 열어 재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도 논의되고 있습니까.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는 일반 지주사가 금융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중간금융지주사를 그 자회사로 설치해 금융사를 총괄·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도입에 대해서는 ‘금산복합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과 ‘금산분리에 반하므로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금융그룹통합감독시스템이 먼저 정착되고,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도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에 금산분리 내용도 들어가나요.
“일정 정도 들어갈 것입니다. 다만 공정위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고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치는 과정이 있습니다. 공정위나 특위 모두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처럼 생경한 수단을 꺼내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수단을 합리적으로 조합하는 것이 공정거래법 개편의 주요 원칙입니다.”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62년 경북 구미 출생
△서울 대일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노사정위원회 경제개혁소위원회 책임전문위원
△재정경제원 금융산업발전심의회 위원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경제개혁연대 소장
글=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