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세기의 담판' 앞두고 판 흔들기… 속내는 '리비아式 핵폐기'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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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고위급 회담 일방 취소
맥스선더·태영호·볼턴 언급
韓·美 한꺼번에 압박
전문가 "北이 미국에 대한 불만
우리쪽에 우회적으로 표출"
"회담 연기는 시작에 불과
北 비핵화 순탄치 않을 것"
맥스선더·태영호·볼턴 언급
韓·美 한꺼번에 압박
전문가 "北이 미국에 대한 불만
우리쪽에 우회적으로 표출"
"회담 연기는 시작에 불과
北 비핵화 순탄치 않을 것"
“때를 기다렸다. 회담 연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북한이 16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연기하겠다고 선언하고, 미·북 정상회담까지 취소할 수 있다며 미국을 상대로 위협에 나선 데 대해 전문가들은 비핵화가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본격적인 ‘판 흔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北, 정상회담 앞두고 한·미 동시 압박
북한이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내건 주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한·미 공군의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북 체제 비판,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선(先)핵포기 발언이다,
북한은 맥스선더 훈련에서 전략핵폭격기인 B-52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동원된 점을 문제 삼았다. 지난 4월27일 남북한 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는 문구를 우리 측에서 어겼다는 게 북한 논리다.
북한은 또 태 전 공사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출판 기념 간담회를 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체제를 비방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방치’한 점도 회담 취소 사유로 들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별도 담화문을 통해 볼턴 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제1부상은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국무부) 고위관리들은 ‘선(先)핵포기, 후(後)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미국과 대등하게 보이려는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그동안 보여준 전형적인 ‘통미봉남’ 전략이 또다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미국과는 실리 외교를 지향하고, 한국의 참여를 봉쇄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대등한 관계로 대화 중임을 대내외로 선전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한국이 너무 나선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브레이크를 걸어 속도 조절을 하고 한국이 북한보다 외교 무대에서 낮은 지위라고 보이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허를 찔렀다”며 “비핵화와 관련한 한국 입장이 약하다는 점을 알고 더욱 세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불만을 우리 쪽에 우회적으로 표출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좋은 결과 위한 진통”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현재까지 진전된 상황은 없다”며 “지금의 상황은 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진통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부터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17일 오전 7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 계획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리는 NSC 상임위 회의에서는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 등과 관련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회의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열리지만 외교·국방·통일부 등 관계부처 장관이 국회 일정 등으로 참석이 어려워 오전 회의로 대체됐다.
통일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판문점 선언의 근본 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유감을 밝혔다.
이미아/조미현 기자 mia@hankyung.com
북한이 16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을 돌연 연기하겠다고 선언하고, 미·북 정상회담까지 취소할 수 있다며 미국을 상대로 위협에 나선 데 대해 전문가들은 비핵화가 순탄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본격적인 ‘판 흔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北, 정상회담 앞두고 한·미 동시 압박
북한이 이날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내건 주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한·미 공군의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북 체제 비판,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선(先)핵포기 발언이다,
북한은 맥스선더 훈련에서 전략핵폭격기인 B-52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가 동원된 점을 문제 삼았다. 지난 4월27일 남북한 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남과 북은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는 문구를 우리 측에서 어겼다는 게 북한 논리다.
북한은 또 태 전 공사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출판 기념 간담회를 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한 체제를 비방하는 것을 한국 정부가 ‘방치’한 점도 회담 취소 사유로 들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날 별도 담화문을 통해 볼턴 보좌관을 ‘사이비 우국지사’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제1부상은 “볼턴을 비롯한 백악관과 국무성(국무부) 고위관리들은 ‘선(先)핵포기, 후(後)보상’ 방식을 내돌리면서 그 무슨 리비아 핵포기 방식이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니, ‘핵 미사일 생화학무기의 완전 폐기’니 하는 주장들을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가 일방적인 핵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우리는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조·미 수뇌회담(북·미 정상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변했다.
미국과 대등하게 보이려는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그동안 보여준 전형적인 ‘통미봉남’ 전략이 또다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미국과는 실리 외교를 지향하고, 한국의 참여를 봉쇄하는 태도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대등한 관계로 대화 중임을 대내외로 선전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한국이 너무 나선다고 생각한 것 같다”며 “브레이크를 걸어 속도 조절을 하고 한국이 북한보다 외교 무대에서 낮은 지위라고 보이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은 “김정은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허를 찔렀다”며 “비핵화와 관련한 한국 입장이 약하다는 점을 알고 더욱 세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미국에 대한 불만을 우리 쪽에 우회적으로 표출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좋은 결과 위한 진통”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현재까지 진전된 상황은 없다”며 “지금의 상황은 같은 그림을 그리기 위한 지난한 과정이며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진통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부터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17일 오전 7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 계획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리는 NSC 상임위 회의에서는 남북 고위급회담 연기 등과 관련한 의견 교환이 있을 것이라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회의는 매주 목요일 오후에 열리지만 외교·국방·통일부 등 관계부처 장관이 국회 일정 등으로 참석이 어려워 오전 회의로 대체됐다.
통일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통해 “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판문점 선언의 근본 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유감을 밝혔다.
이미아/조미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