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나오는 서울 분양권 웃돈은 최고 5억원
마포구 ‘신촌그랑자이’를 비롯해 종로구 ‘경희궁 롯데캐슬’, 양천구 ‘목동파크자이’ 등이 대표적이다. 입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주변 시세와 비교했을 때 대부분의 분양권에 수억대 웃돈이 붙은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중개업소에선 전매제한이 풀리기 전부터 매도인과 매수인 간의 가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도인이 위약금을 물고 가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 1년 만에 풀리는 서울 분양권
1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는 서울 아파트는 총 6곳이다. 성북구 석관동 ‘래미안 아트리치’, 마포구 노고산동 ‘신촌그랑자이’, 양천구 신정동 ‘목동파크자이’, 서대문구 연희동 ‘연희파크푸르지오’, 관악구 봉천동 ‘e편한세상 서울대입구’, 종로구 교남동 ‘경희궁 롯데캐슬’ 등이다. 이들 단지는 2016년 정부가 11·3 대책을 발표한 이후 분양한 아파트다.
정부는 11·3 대책에서 서울 강남4구 민간택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시로, 강남 4구외 지역은 6개월에서 1년6개월로 강화했다. 대책을 적용 받은 단지들의 분양권 전매가 규제되면서 서울 주택 시장에는 작년 5월 ‘용산 롯데캐슬 센터포레’의 분양권이 풀린 이후로 1년 째 신규 분양권 유입이 없었다.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를 앞둔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에는 벌써부터 매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합법적으로 거래가 불가능한 시점이니 예상 웃돈을 묻는 문의가 많다. 중개업자들은 주로 조합원 입주권 시세와 인근의 대장 아파트를 고려해 전매 시점의 시세를 유추한다.
◆ 마포·종로 등 웃돈 최고 5억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오는 6월 중순부터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의 전용 84㎡ 중층 입주권 시세는 12억5000만원 정도다. 인근 대장 아파트로 꼽히는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마포 C중개업소 관계자는 “내달 전매가 풀리면 분양권도 입주권 시세 정도로 나올 것”이라며 “매도자들 중에는 13억까지 받아달라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 단지 전용 84㎡ 분양가는 중층 기준 7억6000만~8억2000만원 정도였다. 4억~5억원 정도 웃돈이 형성된 셈이다.
종로구 무악동 ‘경희궁 롯데캐슬’ 분양권 시세는 강북 최고가 아파트로 꼽히는 인근 ‘경희궁 자이’에 연동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분양권 전매가 풀리기 전이지만 ‘경희궁 롯데캐슬’ 전용 84㎡ 중층 가구 분양권은 현재 12억~12억5000만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분양가 7억5000만원 대비 5억 가까이 뛴 가격이다. 종로 B공인 관계자는 “인근 단지인 ‘경희궁 자이’ 시세의 80%까지 오를 거라는 게 시장의 예상”이라면서 “벌써부터 매수 대기자들이 이름을 적어놓고 줄 서 있다”고 말했다. ‘경희궁 자이’ 전용 84㎡는 호가 기준 13억~14억원 선이다. 오는 6월 전매제한이 해제되는 ‘목동파크자이’ 분양권에도 평균 2억원 수준의 웃돈이 형성될 것으로 인근 중개업소들은 예상했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조합원분이 없는 단지여서 분양권 실거래 전에는 시세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투자자들은 3억원까지 웃돈을 받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계약 파기도
분양권 전매는 금지돼있지만 가계약 형태로 물건을 선점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매수자-중개인-매도자 3인 간에 계약서를 미리 쓰는 식이다.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지면 해당 매수자에게 물건을 팔겠다는 조건이 붙는다. 분양권 전매를 앞둔 한 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중개업소를 방문하면 지금도 분양권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 “미리 거래하고 전매가 풀리는 시점에 맞춰 명의를 변경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또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부동산에서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시켜주면 일정 수준의 예약금을 걸고 서로에게 사고 팔기로 약속하는 방법이 있다”며 “매도 예정자들은 전매 제한 덕에 더 많은 차익을 누리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장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암암리에 나왔던 매물들이 하나둘 회수되고 있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마포 D공인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를 앞두고 보통 같으면 물건이 하나둘 나와야 하는데 현재 매도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어 물건이 거의 없다”면서 “물건이 나오면 문자를 보내달라는 매수자들만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도인 우위 시장인 만큼 양도세는 당연히 매수자 부담”면서 “시장이 더 좋아져 매도인들이 위약금을 두배로 물고 가계약을 파기하려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 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신규 분양권이 풀리는 이번 여름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다만 그리 많은 분양권이 시장에 나올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양지영 R&C 분양소장은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청약 당첨까지 어려워져 분양권 전매가 풀리길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많다”면서도 “시세 상승에 대한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 매물 증가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소은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