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항고제도를 이용해 허위고소를 남발하는 무고사범을 엄단하기로 했다. 남발되고 있는 고소·고발에 따른 피해자가 늘고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고소·고발 남발을 부추기는 듯한 형사소송법부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55배… '허위 고소' 남발 엄단한다
서울고등검찰청 형사부(부장 박순철)는 최근 3개월 동안 일선 검찰청에서 불기소 처분된 고소·고발 항고 사건을 검토해 명백한 허위고소임에도 항고를 한 22건의 사건을 적발해 15건을 무고 혐의로 기소하고 7건을 수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항고는 고소인 또는 고발인이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검찰 내 상급기관(서울고검)에 그 시정을 구하는 제도다.

무고죄는 남에게 형사 처분 또는 징계 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경찰서나 검찰청 등 공무소나 공무원에게 신고함으로써 성립한다. 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무고죄로 접수된 인원은 1만475명으로 전년(9937명)보다 538명 늘었다. 2008년 8550명에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고검이 이번에 적발한 사건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에서 택시회사와 주유소를 여러 개 운영하던 A씨는 동거녀를 집에서 나가게 하기 위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재물을 파손했다. 그는 “동거녀가 무단으로 자신의 집에 들어와 집안 물건을 손상했다”며 여섯 번에 걸쳐 허위고소를 했다. 서울고검은 A씨가 80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동거녀를 상대로도 허위고소한 전력이 있는 점을 감안해 구속 기소했다.

B씨는 2016년 자신이 속한 산악회 회원들과 술을 마시던 중 한 여성 회원을 강제추행해 기소됐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산악회원 3명한테 앙심을 품고 지난해 6월 이들을 각각 서울남부·서부·동부 3개 지방검찰청에 위증 혐의로 고소했다. 각 지검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자 상급 검찰청인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서울 고검은 B씨의 무고 혐의를 확인해 재수사를 명령했다.

C씨는 2013년 교사인 전 부인 D씨가 근무하는 학교에 찾아가 D씨가 바람이 나 집을 나갔다고 소리지르며 난동을 부린 혐의로 징역형 실형이 확정됐다. C씨는 교도소 출소 직후인 지난해 1월 D씨가 거짓말로 나를 모함했으니 처벌해달라며 고소장을 냈다. 서울고검은 C씨가 앙심을 품고 거짓말을 일삼았다고 판단해 무고 혐의로 기소했다.

무고사범은 저신뢰 사회의 단면이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는 지적이다. 검찰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연간 고소 건수는 55만 건인 데 비해 일본은 1만 건에 불과하다”며 “이 때문에 정작 중요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을 형사소송으로 해결하는 관행도 만연해 있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고소인에게 지나치게 유리한 현행 형사소송법 체계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 관계자는 “선진국에서는 고소·고발이 있다고 해서 우리처럼 대부분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거의 무제한적인 항고권도 보장돼 있다”고 덧붙였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