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한계 많다는 GDP… 알고 쓰면 아직도 유용
2013년 그리스의 통계청장 안드레아스 게오르기우는 국익을 해쳤다는 이유로 고발당했다. 그는 수십 년간 통계를 조작해 국내총생산(GDP)을 과대 측정한 이전 청장들과 달리 경제에 관한 정확한 숫자를 산출하려고 노력했다. 그리스 정부는 구멍 난 재정을 메우고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구제금융이 필요했는데, 이 돈을 받으려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이전보다 줄여야만 했다. GDP 통계에 그리스 국민의 운명이 달려 있었던 것이다.

GDP는 한 나라 안에서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주체가 일정 기간 생산한 재화 및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합산한 것이다. 이 GDP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집권 여당의 지지율이 오르내리기도 하고 원조나 지원의 크기와 조건이 달라지기도 한다. 2000년 미국 경제분석국은 GDP를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다이앤 코일 영국 맨체스터대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GDP 사용설명서》에서 GDP 개념을 설명하고 역사를 기술한다. GDP의 한계를 지적함과 동시에 여전히 경제정책의 중요한 지표임을 변론한다.

GDP의 탄생을 촉발한 것은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대공황이 닥치자 영국과 미국 정부는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통계를 필요로 했다. 2차 대전이 끝나고 국제원조가 시행되면서 자원 사용처와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GDP가 국제표준으로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GDP를 어떻게 계산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1987년 어느 날, 이탈리아의 GDP 크기가 하룻밤 새 갑자기 늘어나는 일이 발생했다. 이탈리아 통계청이 그날부터 비공식경제의 추정값을 공식 GDP 통계에 포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비공식경제란 법과 과세의 테두리 밖에서 일어나는 지하경제로, 이를 추정하는 다양한 방법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

환경이나 가사노동 같은 범주를 생산활동에 포함할 것이냐 말 것이냐는 문제도 논란이다. 이는 경제 산출량 측정을 넘어 행복과 같은 ‘사회적 후생’을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는 문제로 이어진다. 각국의 많은 근로자가 임금노동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드는 반면 육아와 요리 같은 ‘가계 생산’으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GDP 지표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을 측정하려면 GDP 말고는 대안이 없다”며 “GDP의 한계를 명확히 알고 사용할 것”을 요청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