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터 수용에도 협상 무력화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3월 “외국산 선재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다”는 미국 철강업체들의 청원을 받아들여 한국 등 10개국이 수출한 선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고, 같은 해 11월 한국산 선재에 반덤핑 관세 예비 판정을 내렸다. 상무부는 올해 3월 반덤핑 최종 판정을 통해 41.1%의 관세를 매겼다.
2014~2015년 연평균 6200만달러를 웃돌던 대미 선재 수출 실적은 관세 부과 여파로 3월 ‘제로(0)’가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미국 선재 수출 물량의 제3국 이전 또는 내수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수출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미국 내 선재 가공센터는 고급 강재 위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USITC의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철강 제품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을 면제하기로 한 수정안을 승인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개별 판정을 통해 철강 제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한·미 협상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철강 쿼터(수출 물량 제한)를 수용했음에도 반덤핑 관세를 남발하는 것은 공정한 무역 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국이 철강쿼터 적용 시점을 1월1일로 소급해 적용하기로 하면서 철강업계의 수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시행 면제 승인일인 이달 1일 이후 수출량부터 쿼터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했던 철강업계는 지난달까지 대미 수출을 확대해 268만t인 올해 쿼터의 35%가량을 소진했다. 수출량이 제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김보형/박상용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