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펀드 열풍 부니… 입지 쪼그라든 메자닌·공모주 펀드
코스닥벤처펀드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2조원 가까운 자금을 빨아들이면서 메자닌펀드와 공모주펀드 입지가 좁아졌다. 코스닥벤처펀드가 전환사채(CB) 등 메자닌을 ‘싹쓸이’하고 있는데다, 코스닥 신규 상장 공모주식의 30%를 우선 배정받아 기존 펀드가 배정받을 수 있는 공모주 수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닥벤처펀드에는 지난 25일까지 1조9090억원이 모였다. 공모펀드에는 5119억원, 사모펀드에는 1조3971억원이 몰렸다. 지난 5일 출시 후 한 달이 채 안 돼 이룬 성과다.

코스닥벤처펀드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기존 공모주펀드와 메자닌펀드는 소외되고 있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15%를 메자닌을 포함한 벤처기업 신주로, 35%는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지정 해제된 지 7년 미만 기업의 주식으로 채워야 한다. 절반을 메자닌으로 모두 채워도 상관이 없다.

이 때문에 사모 코스닥벤처펀드를 중심으로 메자닌 수요가 크게 늘면서 금리 등 메자닌 발행 조건이 나빠지고, 물량을 확보하기도 어려워졌다는 게 메자닌펀드 운용역들의 설명이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조건 없는 CB 발행이 늘어나는 등 메자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주펀드 운용역들은 공모주를 배정받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공모주펀드는 자산의 대부분을 채권으로 운용하면서 공모주를 받아 초과 수익을 내는 전략을 펼친다. 이 때문에 좋은 공모주를 얼마나 많이 받아올 수 있느냐가 펀드의 수익률을 가르는 핵심이다.

코스닥벤처펀드는 코스닥 공모주의 30%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다. 여기에 2020년까지는 하이일드펀드도 공모 물량의 10%를 우선 배정받는다. 통상 우리사주 배정 물량이 10~20%, 일반공모 물량이 20%가량임을 감안하면 공모주펀드를 포함한 기관투자가들이 가져갈 수 있는 물량은 20~30%에 불과하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펀드 매니저는 “경쟁을 뚫고 더 많은 주식을 배정받으려면 공모주 청약 규모를 늘려야 하지만 내부 리스크(위험) 관리 규정 때문에 크게 늘리기도 어렵다”며 “벤처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공모주 확보 경쟁이 심해지면서 적정가 이상으로 공모가가 책정되는 등 시장이 왜곡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