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부응해 한국거래소가 새로 내놓은 주가지수 ‘KRX300’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6종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지 한 달을 넘겼다. 상장 한 달여만에 순자산이 8670억원으로 늘고 지난 한 달간 평균 수익률은 0.93%를 기록했다. 코스피200 ETF(1%)에 비해선 소폭 낮고 코스닥150 ETF(-2.52%)에 비해선 높은 수준이다. ‘저위험 중수익’ 지표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기관투자가의 자금은 아직 유입되지 않고 있어 지수의 효용성 판단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상 지수’ KRX300의 출격

KRX300은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종목 중 에너지, 소재, 산업재, 헬스케어 등 9개의 업종 별로 우량 종목 300개를 편입한 지수다. 우량함은 한국거래소가 시장규모(일평균 시가총액)와 유동성(일평균 거래대금) 기준에 따라 판단한다. 지수 구성 종목으로 선정된 이후 분할한 기업들이 있어 현재는 304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코스닥 종목 비중이 종목 수 기준으로 22.3%(시가총액 기준 8.9%)다. 삼성전자(25.23%) 비중이 가장 높고 SK하이닉스(4.89%), 셀트리온(2.67%) 등이 뒤를 잇는다. 코스닥 종목 중에선 셀트리온헬스케어, 신라젠, 바이오메드 등의 비중이 높다.

KRX300 지수는 유가증권시장에 치우친 기관투자가의 자금이 코스닥시장으로도 흘러들게 하기 위해 개발됐다. 코스닥벤처펀드와 함께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의 한 축이다. 한국거래소가 2월5일 이 지수를 산출한 뒤 KRX300 인덱스펀드, KRX300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등 관련 상품이 잇따라 출시됐다. 지난달 26일엔 삼성 미래에셋 KB 한화 하이 신한BNPP 등 6개의 자산운용사가 KRX300을 추종하는 ETF를 상장했다.

◆자금유입·수익률은 ‘선방’

KRX300을 추종하는 상품들은 지난 한 달간 약 1조원을 끌어모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으로 6종의 ETF가 8670억원, 인덱스펀드 20개가 1162억원의 순자산을 굴리고 있다.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의지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신뢰감을 반영한다는 평가다. 유안타증권은 KRX300 추종 자금이 5조원 내외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KRX300 ETF 6종의 최근 한 달 평균수익률은 0.93%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 액티브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1.61%)보다는 낮고 국내주식형 인덱스펀드 전체의 평균 수익률(0.74%)보다는 높았다. KRX300 ETF의 수익률을 운용사별로 보면 삼성KODEX가 1%로 가장 높았고 신한BNPP가 0.79%로 비교적 낮았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더라도 수수료를 얼마나 떼느냐와 ETF가 지수의 움직임을 얼마나 정확하게 따라가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다르게 나타난다.

유동성은 아직 부족한 편이다. KRX300의 최근 한 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600억원 수준으로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ETF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7991억원, 4720억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KRX300은 적은 위험에 중수익을 노리는 투자에 효과적인 지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KRX300은 코스피200보다 수익률이 높고 코스닥150보다는 변동성과 고점 대비 최대하락폭이 낮은 저위험 중수익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가 주요 지수의 최근 3년 누적수익률과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KRX300의 수익률은 19.38%로 코스피200(16.27%)을 상회했다. 변동성은 12.61%로 코스피200(12.65%)와 비슷했다. 고위험 고수익 성격이 강한 코스닥150은 같은 기간 33.25%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변동성도 23.27%로 높았다.

두 시장의 통합 지수이므로 코스닥시장에 있던 우량기업이 코스피로 이전상장한다 해도 지수가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장점이다.

◆기관 자금 들어올까

지수의 흥행 여부는 대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에 달려있지만 연기금과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은 아직 KRX300 ETF를 매수하지 않고 있다. 기관투자가의 ETF 기존 투자는 코스피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기관 입장에서는 자금을 집행하는 도중 벤치마크를 바꾸면 번거로운 일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중도 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기적으로는 수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정부 정책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연기금 특성 상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에 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노무현 정부 때도 2003년 금융시장 활성화 정책이 나왔지만 기관이 순매수로 전환한 건 2004년 중반 이후였다”며 “시간은 필요하겠지만 코스닥시장 활성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지속적으로 반영되면서 연기금의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