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류를 견인하고 있는 연령층인 10~20대는 좋아하는 K팝을 국제 정치나 역사와 연결해 생각하지 않습니다. 과거 한국의 젊은 세대가 팝에 열광했던 것처럼 순수하게 즐기고 있을 뿐이죠.”

국내 대표 콘텐츠기업 CJ E&M은 일본에서 새롭게 불고 있는 한류 열풍의 동력으로 10~20대 젊은 대중을 꼽고 있다.

일본에선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시작된 1차 한류가 2011년 동방신기, 소녀시대 등으로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서서히 한·일 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하면서 한류도 침체됐다. 이를 재점화시킨 게 한류와 국제 정치를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고, 즐기고 싶은 대로 마음껏 콘텐츠를 이용하는 10~20대라는 분석이다. 장혁진 CJ E&M 재팬 방송사업부문장은 “기존에 30~40대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 붐이 일었다면 이젠 K팝을 좋아하는 10~20대로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13일 일본 지바현에서 막을 올린 CJ E&M의 K팝 공연 ‘케이콘 재팬’ 티켓 판매에서 그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이 공연은 30만원이 넘는 3일권 티켓이 일찌감치 다 팔리는 등 전석 매진됐다. 관객 중 10~20대 비중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6년엔 39%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57%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30~40대는 61%에서 43%로 줄었다. 올해도 10~20대 비중이 더 확대됐을 것으로 점쳐진다.

10~20대의 영향력이 커지자 이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프로그램도 잇따라 마련됐다. 직접 연예인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 유명 1인 크리에이터를 내세운 참여형 프로그램 등이다.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한류 장르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 일본지사 측은 “일본의 10~20대들은 K팝을 접한 뒤 아이돌의 패션, 메이크업에까지 관심을 옮겨 열광하고 있다”며 “음악을 넘어 여러 요소가 결합해 새로운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텐센트 같은 현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플랫폼이 성장한 것도 10~20대의 힘이었다. 중국 디지털 마케팅사 하이싱크코리아를 설립한 하리(何莉)는 《중국 온라인 마케팅 트렌드 2018》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은 OTT로 방송을 보면서 거기에 나온 제품을 대량 구매한다”며 “한류가 쇼핑의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