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2019년 11월 생산을 개시할 예정인 '모델Y' 이미지. (사진=트위터)
테슬라가 2019년 11월 생산을 개시할 예정인 '모델Y' 이미지. (사진=트위터)
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모델Y' 출시 소식을 전했다. 내년 11월 캘리포니아주 프레먼트 공장에서 첫 생산에 들어가 2020년에는 중국 공장에서도 조립한다는 계획이다. 2년 전만 해도 들썩였을 뉴스인데 이번에는 지구촌 트위터 반응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자율주행 사고, 대량 리콜, 주가 폭락 등 악재가 터지면서 테슬라를 향한 맹목적인 신뢰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2016년 4월 네티즌들은 테슬라에 열광했다. '반값 전기차'로 불리던 모델3의 열풍은 뜨거웠다. 판매 개시와 함께 순식간에 30만대가량 예약실적을 올렸고 지금까지 약 50만대의 주문이 몰렸다. 1000달러 계약금을 내더라도 언제든 환불 받을 수 있어 사전신청은 폭주했다. 한국인들도 많았다. 당시 테슬라를 '자동차업계 애플'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었다.

모델3 등장은 수많은 마니아 층을 양산했다. 경험하지 않은 상품성은 스펙만 보면 아주 매력적이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까지 불과 5초인 고성능 전기차의 가격이 3만5000달러라니. 누구라도 갖고 싶은 '고가 장난감'이었다. 테슬라를 맹신하는 젊은 층이 급속히 늘어난 이유다.

[김정훈의 카톡까톡] '모델Y' 언급한 테슬라, 대량생산 약속부터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서울에선 모델3를 구경조차 할 수 없다. 지난해 7월 생산을 시작한 탓도 있지만 현재 모델3는 생산량이 적어 구매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모델3 생산 계획은 계속 차질을 빚었다. 당초 머스크는 2017년 말이면 주당 5000대 출하 목표가 가능하다고 했으나 생산 속도가 따라붙지 않자 올 1분기 주당 2500대로 생산 목표를 낮췄다. 실제로 모델3는 올 1분기 9000여 대 판매에 그쳤다. 머스크 의도대로 생산량이 따라주지 못했다. 천재 소릴 듣던 머스크도 자동차 생산분야만큼은 아마추어 신세가 됐다.

생산 속도가 예상보다 늦자 주당 5000대 출하 목표는 결국 6월말로 연기했다. 지난 2월에는 올 연말이면 주당 1만대(연간 50만대 규모)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이 약속이 언제 지켜질지 신뢰하기 어렵다. 그 사이 모델3 생산 저하에 테슬라의 현금 유동성은 악화되고 주가는 급락했다. 전문가들 사이에 회의론이 커지고 투자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골드만삭스는 테슬라의 주당 생산대수가 1400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냈다.

그런데 테슬라는 또 달린다. 차 업계에서 실패와 도전의 상징이 된 머스크는 모델Y 출시로 대량생산에 방점을 찍겠다는 야망이다.

모델Y는 테슬라의 다섯 번째 양산 제품이 될 전망이다. 2009년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시작으로 모델S와 모델X, 그리고 모델3에 이어 테슬라가 준비하고 있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모델3와 플랫폼(차체 뼈대)을 공유하는 '모델3 SUV 버전'으로 모델X의 보급형이라 할만하다. 가격이 모델3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구매자들을 기다림에 지치게만 하지 않는다면 모델3처럼 예약은 불티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 청담동에 테슬라 공식 전시장이 있다. 모델3는 올해 안에 서울에서 만나보긴 어렵다. 언제 들어올까? 모델Y 출시 소식이 덤덤한 이유는 모델3 기다림에 지친 까닭도 있다. 테슬라 측은 "내년 중에는 모델3를 들여올 예정인데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고 했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