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 '5대 햄버거' 모두 폐점 러시…30년 '신화' 깨진다
뉴스래빗 데이터저널리즘 [#서울맵] 시리즈.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 산하 기관 정보공개 등을 통해 확보한 다양한 서울 관련 데이터를 주제·업종·지역·시기별로 분석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입니다.



이번엔 뉴스래빗이 10번째 [#서울맵], [#서울버거맵]을 그립니다. 1990년대부터 햄버거는 한국 사회를 가장 깊숙이 파고든 서구문화의 아이콘이자, 젊은층이 좋아하는 패스트푸드의 절대강자였습니다.

관심은 지금입니다. 여전히 햄버거 좋아하시나요? 옛날엔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잘 안드신다고요? 뉴스래빗은 지난 42년 간 서울에 존재했던 모든 버거 매장 2375곳의 개업 폐업 기록을 분석합니다. 2017년 7월 맥도날드 햄버거병(용혈요독증후군) 파동으로 큰 홍역도 치렀죠. 대대적 햄버거 불매 운동도 이어졌습니다. 분명 서울 햄버거 지형엔 큰 변화가 생겼을 겁니다.

뉴스래빗 분석 결과 서울 햄버거 지형은 10년 만에 닥친 두번째 침체기로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속 첫 침체기를 견디며 성장한 서울 햄버거 사업. 과연 이번에도 버텨낼 수 있을까요. 뉴스래빗 생각은 좀 회의적입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뉴스래빗은 서울시 내 식품위생업소 중 상호에 '버거'가 들어간 업소들의 개·폐업 기록 전수를 수집했습니다. 서울시가 열린데이터광장에 공개한 자치구별 식품위생업소 정보를 활용했습니다. 1977년부터 2018년 4월 현재까지 40년이 넘는 대기록입니다.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파파이스·KFC·맘스터치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상호에 '버거'가 들어가지 않아도 수집했습니다.

연도별 매장 수는 그 해 1월 1일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2018년 수치는 2017년 한 해동안 생기고 사라진 변화를 모두 반영한 결과인 셈이죠. 현재 상황을 알려드리기 위해 매년 1월과 더불어 2018년 4월 현재 매장 수도 함께 집계했습니다.
연도별 서울 전체 버거 매장 수 추이

2018년 4월 현재 서울 내 버거 매장은 913곳입니다. 1977년 1곳에서 현재 913곳이 될 때까지, 햄버거는 지난 42년 여 간 서울에서 꽃길을 걸어 온 업종입니다. 매장 수의 폭발적 증가가 그 이유입니다. 1987년 1월 17곳에서 1997년 250곳, 2007년 520곳, 2017년엔 1028곳으로 10년에 2배씩 늘었거든요.

2017년 1028곳 데이터는 2016년 12월 31일까지 집계치입니다. 그러니까 1987년을 기준으로 30년동안 6047%, 즉 60배 성장했습니다. 그만큼 햄버거가 우리 삶 깊숙이 침투했고, 서울 시민이 햄버거를 잘 사먹은 덕에 햄버거 가게는 서울시내 곳곳 우후죽순 번져갔습니다.
#서울버거맵 (1977~2018)

그런데 말입니다. 2018년 들어 햄버거 매장 수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지난 10년 간 상승일로를 걷던 서울 햄버거 매장 수가 하락 반전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햄버거 업계 지각 변동이 우려됩니다. 2018년 3월 서울의 맥도날드 대표 지점이던 신촌점 강남점 폐점 소식 등이 이어진 것도 우연이 아닙니다. 국내 대표 햄버거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맥도날드는 이미 대대적인 체질 변화에 착수했습니다. 주요 매장 폐점에 이어 저가 메뉴 폐지 등 점심시간 할인을 폐지하고 맥윙·스낵랩 등 인기 사이드 메뉴도 단종했죠.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의 허리띠 졸라매기. 뉴스래빗이 데이터를 보니 맥도날드만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서울 햄버거 업계 자체에 '더블 딥(double dip·연쇄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운 듯합니다. 서울 햄버거 업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서울버거맵], 살펴보시죠.
롯데리아 부동의 1위
맥도날드·버거킹 > 파파이스·KFC·맘스터치
6대 버거 브랜드 연도별 매장 수 추이

햄버거 대표 6대 프랜차이즈 브랜드,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맘스터치, KFC, 파파이스부터 보죠. 매장 수 기준으로 살펴보면 크게 3개 군으로 나뉩니다. 서울 매장 수 부동의 1위로 200곳을 넘긴 롯데리아, 100곳 가량을 유지 중인 맥도날드·버거킹, 70여 곳인 맘스터치·KFC입니다. 파파이스는 42곳에 그쳐 다른 브랜드보다 매장이 적습니다.

롯데리아는 서울 매장 수가 가장 많습니다. 2018년 4월 현재 서울에 매장 207곳을 운영합니다. 롯데리아는 1979년 1호점을 연 후 40년 간 매장 수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1999년 이후론 매장 수를 1년에 30여곳씩 늘리는 확장전략을 펼쳐왔죠. 그 결과 2000년~2018년까지 약 20년 간 매장 수에서 다른 5대 브랜드를 2배 이상 압도해왔습니다.

2위가 맥도날드입니다. 맥도날드는 2018년 4월 현재 서울에 매장 104곳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3위인 버거킹(98곳)과 매장 수 차이가 많이 줄었습니다. 두 브랜드는 2001년 이후 18년간 매장 수를 비슷하게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KFC·파파이스는 2018년 4월 현재 각각 72곳, 42곳 매장을 서울에 운영합니다.

공격적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는 맘스터치가 눈에 띕니다. 롯데리아를 잇는 국내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성장 중이죠. 매장 수 추이 그래프에서 6대 브랜드 중 유일하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죠. 다른 5대 브랜드(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파파이스·KFC)가 매장 수를 유지 혹은 감축하는 모습과 대조됩니다.

맘스터치는 2014년만 해도 파파이스(2014년 1월 기준 40곳)나 KFC(2014년 1월 기준 86곳)보다 매장 수가 적었죠. 이후 3년 간 국산 브랜드, 그리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입소문을 탄 뒤 개업이 늘었습니다. 2015년 파파이스를, 2018년 KFC를 추월하는 기염을 토했죠.
30년동안 매장 수 6배,
위기 먹고 자라난 햄버거 '신화'
서울 버거 매장은 최근 10년만 따져도 두 배 늘었습니다. 2008년 1월 기준 508곳이던 버거 매장 수가 2018년 1월엔 1028곳으로 최고치를 찍었으니까요.

재밌는 사실은 버거 업계의 '생존력'입니다. 커다란 경제 위기가 닥칠 때 오히려 성장했습니다. 위 인터랙티브(interactive) 그래프를 보시죠.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버거집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황에 오히려 강한 업종이란 거죠. 경기가 안좋을 수록 돈 없고, 시간 없는 서민들이 한끼 후딱 해치우는 패스트푸드로 서울 햄버거 업계는 돈을 벌었다는 뜻입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롯데리아와 맥도날드를 보면 이 특성이 명확합니다. 롯데리아는 1997년 1월 당시 60곳이던 서울 내 매장 수를 6년 만에 192곳(2003년 1월 기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IMF 위기가 잠잠해지던 이후 몇 년 간 매장 수를 다시 감축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가 터지자 2008년 1월 133곳까지 줄어들었던 매장 수는 다시 늘어납니다. 그러다 2015년 1월 222곳까지 7년 새 100곳 가까이 몸집을 불렸습니다.

맥도날드도 IMF 사태가 터진 1998년 1월 40곳에서, 1년 뒤 인1999년 1월 95곳으로 오히려 늘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땐 1월 62곳에서 2016년 1월 122곳으로 각 2배 이상씩 늘렸습니다.
10년만에 두번째 침체 시작
석달만에 74곳 버거집 증발
2018년 [#서울버거맵]엔 큰 변곡점이 생겼습니다. 10년 간 우상향, 꾸준히 늘던 버거 매장 수가 돌연 감소로 돌아선 겁니다. 2017년 1월 1028곳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햄버거 매장 수는 2018년 1월 954곳으로 74곳 줄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뉴스래빗이 최신 버거 관련 데이터를 마지막으로 수집한 2018년 4월 5일까지 변화입니다. 2018년 석달동안만 74곳이 사라져버린 겁니다. 아직 2018년은 여덟달이 남았습니다. 이 같은 폐업 흐름이 지속된다면 산술적으로 2018년 서울 내 전체 햄버거 가게는 200곳 넘게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브랜드 별로 살펴보면 구체적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공격적 확장세인 맘스터치를 제외하면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파파이스·KFC 등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서울 매장 수를 줄였습니다.

신촌점 강남점 맥도날드 폐점 만이 문제가 아닌 겁니다. 부동의 1위 롯데리아도, 버거킹도, 파파이스도, KFC도 마치 2018년 햄버거 사업 침체를 예상한 듯 선제 대응한 모습입니다.
#서울버거맵: 2008년과 2018년, 롯데리아 매장 현황 비교

뉴스래빗은 서울 햄버거 매점이 불황에 늘었다가, 경기가 풀리면 다시 감소하는 형태라고 지적했죠. 그렇다면 2018년 이번 하락세도 경제 상황이 더 악화하면 반등할까요. 1998년 IMF 사태나, 2008년 금융 위기 때처럼 이전처럼 우리 경기가 개선하면서 감소 조정에 들어갔다고 풀이할 수도 있거든요.

쉽지 않은 햄버거 영광
소비지형이 변하고 있다

뉴스래빗의 결론은 '쉽지 않다' 입니다. 서울 햄버거매장 수가 확장일로를 걷던 과거 영광을 재현하긴 힘들 겁니다.

그 이유는 2가지 입니다. 첫번째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과거 서울 번화가에 대형 매장을 경쟁적으로 열던 방식을 버리고 있습니다. 두번째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자영업 버거가게도 함께 힘을 잃고 있는 탓입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미 위기를 감지하고, 판매 방식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매장을 번화가 중심에서 서울 외곽, 골목상권 등 구석구석으로 흩뿌리고 있습니다. 10년 전인 2008년과 2018년 롯데리아 [#서울버거맵]을 비교해보면 명확히 보입니다.

2008년 1월 롯데리아는 133곳 매장을 주로 지하철역 근처나 지역 중심 상권에 배치했습니다.

반면 2018년까지 새로 생긴 200곳 이상 매장은 번화가가 아닌 서울 구석구석 골목상권으로 진출했습니다. 10년 전 매장을 찾아보기 힘들던 주택가까지 영업 범위를 확장했습니다.

배달 서비스 그리고 드라이브스루(DT) 확대도 매장 감소의 원인입니다. 소비자 구매 행태가 변화하면서 판매 방식도 함께 급변하는 와중입니다. 아래 맥도날드 #울드라이브스루맵을 보시죠.
#서울버거맵: 드라이브스루(DT) 매장 현황

맥도날드는 2008년 1월 당시 가락DT점 한 곳에 불과하던 드라이브스루 매장 수를 10년 새 18곳까지 늘렸습니다. 주로 서울 외곽, 대로나 고속도로 출입구 인근에 위치합니다.

2018년 4월 현재 서울 맥도날드 104곳 중 드라이브스루 매장 비율은 17%. 맥도날드 5곳 중 1곳이 이미 드라이브스루라는 뜻입니다. 적지 않은 숫자입니다. 고객이 맥도날드 음식을 매장 외식이 아니라 배달 혹은 운전 중 소비하고 있다는 증명이죠. 10년 전엔 없던 일입니다.
롯데리아도, 일반 버거집도 감소
심상찮은 '더블 딥'
매장 감소는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버거 매장도 감소했습니다. 2017년 1월 기준 361곳이던 게 2018년 4월 현재 312곳으로 49곳 줄었죠.

앞서 살펴본 6대 버거 브랜드(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파파이스·KFC·맘스터치) 중 맘스터치를 제외한 5개 브랜드가 2017년 대비 매장 수를 줄어든 것처럼, 수제버거 같은 자영업 일반 버거가게도 감소세입니다.

[#서울버거맵]에 '더블 딥(double dip)' 이른바 이중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운 겁니다.
일반 버거 매장 수 연도별 추이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소비하던 사람들이 수제버거를 찾기 시작했다'던 세간의 해석과 다른 결과입니다. 2008년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10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던 매장 수가 2018년 1월 기준 돌연 꺾인 건 프랜차이즈도, 수제버거 가게도 이젠 장사하기 힘들어졌다는 뜻입니다.

서울 버거 업계는 너나할 것 없이 매장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대형 프랜차이즈만의 일이 아닙니다. 역사상 두 번째로 찾아온 하향세, 그리고 프랜차이즈와 자영업 수제버거의 침체기, 서울 햄버거 업계는 심상치 않은 2018년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P.S 서울 햄버거 매장 감소가 본격화한 2017년은 맥도날드 햄버거병 사태 시기와 겹칩니다.덜 익은 햄버거 패티를 먹은 당시 4살 아이가 이 병에 걸려 신장 투석을 받게 됐다는 엄마의 호소에 국민적 공분이 일었습니다. 전반적인 패스트푸드 소비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여기에 기름진 패스트푸드가 몸에 나쁜 음식이라 멀리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확대, 서울의 매장 임대료 상승, 최저임금 인상 등의 운영비 부담 증가도 폐점의 요인일 겁니다. 다만 뉴스래빗 데이터저널리즘은 42년 치 데이터에 기반해 개업 폐업 숫자를 정확히 도출하고, 30년의 긴 흐름에서 서울 햄버거 업계 과거 현재 미래를 독자께 보여드리려 노력했습니다. 보다 나은, 더 다른 해석도 가능합니다. 함께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
[단독] 서울 '5대 햄버거' 모두 폐점 러시…30년 '신화' 깨진다
# DJ 래빗 ? 뉴스래빗 대표 '데이터 저널리즘(Data Journalism)' 뉴스 콘텐츠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줄임말, 'DJ'로 씁니다. 서로 다른 음악을 디제잉(DJing)하듯 도처에 숨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발견한 의미들을 신나게 엮여보려고 합니다.

책임= 김민성, 연구=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 jongg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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