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기도 사건이 서방 국가와 러시아 간의 전면적인 외교전으로 비화, 신냉전 체제가 도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스파이 독살기도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면서 유럽연합(EU) 16개국과 미국 캐나다 호주 우크라이나 등 총 23개국이 이날 스파이를 포함해 러시아 외교관 약 120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EU 외교소식통은 EU 회원국 가운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스웨덴 폴란드 등 14개 국가가 러시아 외교관 30여 명을 추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추가로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결정한 EU 회원국이 늘면서 16개 회원국에서 모두 33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할 예정이다.

추방될 러시아 외교관 상당수는 파견국에 신고하지 않고 외교관 신분으로 입국해 활동하던 러시아 정보기관 직원 등 정보 수집, 정치공작 요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정부는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할 것이라며 이는 스파이 독살기도 사건과 관련해 영국과의 연대 표시일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 유발한 것으로 보이는 독일 외교부 사이버 공격에 대한 조치라고 이날 밝혔다. 프랑스도 러시아 외교관 4명을 추방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도 러시아 보복 차원에서 미국 주재 러시아 정보요원 등 60명을 추방하기로 하고 시애틀에 있는 러시아 총영사관 폐쇄를 러시아 정부에 요구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러시아 외교관 집단 추방 결정을 강력히 비난하고, 러시아는 이번 독살기도 사건과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에서 “이번 (EU와 NATO 회원국의) 집단적인 비우호적 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이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