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떠나는 이채욱 "나는 행운아"
총수 부재 위기 속에서 CJ의 비상경영체제를 이끌었던 이채욱 CJ그룹 부회장(72·사진)이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열린 주총에서 “CJ그룹은 올해 해외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성장을 가속하겠다”며 “세계 일류 수준의 사업경쟁력으로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는 CJ가 되겠다”고 말했다. CJ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손경식 회장을 재선임하고, 김홍기 총괄부사장과 최은석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주총을 끝으로 사내이사에서 퇴진했다. 건강 악화로 퇴진 의사를 밝힌 그는 부회장직만 유지한다. 이날 주총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주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싶다는 이 부회장의 뜻에 따라 진행됐다. 현재 경영활동은 물론 일상생활조차 힘든 상태지만 그는 25분여에 걸친 주총을 직접 이끌었다. 이 부회장은 주총 후 기자들과 만나 “나는 여러 은혜를 많이 입은 사람”이라며 “우리 경제, 기업이 많은 발전을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이 부회장은 다양한 기업을 이끈 샐러리맨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197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해외사업본부장, 삼성GE의료기기 사장 등을 지내고 GE코리아 회장, GE헬스케어 아시아총괄사장, 인천국제공항 사장 등을 역임했다. 이재현 CJ 회장은 그를 2013년 CJ대한통운 대표로 영입했다. 2014년부터 지주사인 CJ 부회장에 올라 총수 부재 기간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40년의 경영활동을 마무리하는 소회에 대해 그는 “나는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이고, 행운아였다”며 “젊은이들이 용기와 꿈을 갖고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회장에 대해서는 “경영을 잘하는 분으로 건강 때문에 공백이 있었지만 이제 모두 회복하고 경영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