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와 前이재국장 "행정신뢰 흔들린 점 사죄…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문서조작 시기·방식 등 핵심 질문엔 "수사중 사안"…답변거부

일본 정국을 달구고 있는 재무성의 문서조작이 이뤄진 지난해 2월초~4월 재무성 이재국장을 맡았던 사가와 노부히사(佐川宣壽) 전 국세청 장관은 27일 문서조작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지시나 관여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참의원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문서조작 파문과 관련한 증인으로 잇따라 출석한 자리에서 "문서조작은 총리관저에 보고하지 않았고, 재무성 이재국 안에서 이뤄졌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사가와 전 장관은 NHK를 통해 중계된 위원회 답변을 통해 "총리 관저나 관방과 논의한 것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관저나 관방의 관여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베 총리 부부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총리 비서관 등의 지시나 협의가 있었느냐는 별도 질문에 "없었다"고 답했다.


사가와 전 장관이 문서조작이 재무성 이재국 안에서 이뤄졌을 뿐 아베 총리 등 윗선의 지시나 관여가 없다고 답변하면서 모든 책임을 자신이 떠안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모리토모(森友)학원에 대한 국유지 특혜매각 의혹과 관련해 수감된 가고이케 야스노리(籠池泰典) 전 모리토모학원 이사장은 "특혜매각과 관계가 없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나선 바 있다.

야권은 사가와 전 장관의 이런 답변과는 별도로 재무성의 문서조작에 아소 부총리나 총리 관저 측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추궁 강도를 높이고 있어 정국의 유동성은 한층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가와 전 장관은 이날 "재무성 문서 바꿔쓰기 문제로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흔들리게 한 데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당시 이재국장으로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문서조작의 이유와 경위, 방식, 이를 인식한 시기 등에 대한 질문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내가 수사 대상이어서 형사소추의 우려가 있으므로 답변을 피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혜 매각에 아베 총리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의 영향이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작 전의 문서에 모리토모학원에 대한 국유지 매각과 관련해 '본건의 특수성'이나 '특례적'이라는 표현이 있었던데 대해서는 "총리 관저측이나 정치인의 관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사가와 전 장관은 아베 총리가 자신이나 부인이 모리토모학원에 대한 국유지 특혜매입에 관여했다면 "총리도 의원도 그만두겠다"고 했던 지난해 2월 국회 답변이 문서조작에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총리의 답변 전후로 나의 국회 답변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는 아베 총리의 국회 답변에 맞춰 자신이 국회 답변 문서를 조작했다는, 즉 손타쿠(忖度·스스로 알아서 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행동함)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날 사가와 전 장관에 대한 국회 증인심문이 이어지는 동안 국회 주변에서는 시민들이 모여 "진실을 밝히라", "아베 총리는 책임을 지라", "거짓말하지 말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항의 집회를 했다.

사이타마(埼玉)현 후지미(富士見)시에서 온 오하시 키쿠에(大橋菊枝·68)씨는 교도통신에 "역시 사가와씨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며 "총리관저가 아니라 국민을 지키도록 생각을 바꾸기 바란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도 집회에 참가해 "대부분 의혹에 대해 증언을 거부했다. 말도 안되는 자세다. 모리토모사건의 흑막은 더욱 깊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