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日 고용시장 호전 비결은 다른 데 있다
최근 일본 노동시장이 완전고용에 가깝고 청년층에 대한 구인난이 심해진 것이 일본의 청년인구 감소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여기는 시각이 많다. 이런 단편적인 접근은 옳지 않다. 노동시장에서 인구변동이라는 공급 측면은 한정된 역할을 할 뿐이다.

일본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대부분 국가가 2차 세계대전 후인 1950~1960년대 전후로 베이비붐을 경험했고, 이후 출산율 저하에 따른 청년인구 감소도 공통으로 경험한 바 있다. 이런 외국 경험을 통해 밝혀진 사실은 노동시장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노동공급 측면인 인구구조 변화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는 것이다. 노동수요 측면인 경제의 상황과 노동시장 관련 제도의 변화가 그것이다. 유럽의 경우 베이비붐 자녀가 활동하는 1980∼1990년대에 청년층 인구가 감소했지만, 노동시장은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청년실업 문제가 더 심각해진 나라가 대부분이다. 이는 성장률의 침체로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았으며, 임금체계와 비정규직 문제 등 청년층을 위한 노동시장제도도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일본은 경제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청년층을 비롯한 전체 노동시장이 살아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거기에 청년층의 인구감소가 보조적 역할을 하고는 있으나 일본 청년의 실상은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니트족, 프리타족,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라는 일본의 청년실업과 관련한 용어가 있다. 니트족은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층, 프리타족은 아르바이트로 생계에 필요한 정도의 일만 하는 청년층을 가리킨다. 히키코모리는 은둔족이라 하여 장기간 자기 방에 틀어박혀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사회부적응 인간을 의미한다. 이들은 일본의 장기불황이 시작된 1990년대부터 특히 문제가 되기 시작해 청년층 실업과 관련이 깊으며, 일본을 충격에 빠트린 ‘묻지마 살인’ 사건들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들어 일본의 경제호황으로 이들의 수도 일부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니트족은 55만 명, 프리타족은 150만 명 가까이 남아 있다. 히키코모리도 70만 명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이들도 이제는 고령화돼 양로원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본 기업은 노동력이 부족함에도 이들의 고용을 지금도 꺼리고 있다.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규 직원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장기간 이런 문제에 노출된 것은 대학진학률은 증가했으나 전반적인 교육의 질은 저하됐고, 가정의 해체에 따른 무기력이 광범위하게 퍼진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고령화 진전에 따른 고령층의 복지 서비스 확대로 재원을 소진해 청년층에 대한 배려를 하지 못한 원인도 크다. 일본 공적 교육비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3.5%(한국은 4.7%로 중간 정도)에 불과하다.

청년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청년층 고용문제가 지속되는 것이 유럽의 보편적인 사례이지만 예외가 있다면 독일이다. 독일은 지속적인 노동시장과 복지 개혁을 단행했고, 도제제도라는 일·학습병행제도가 발달해 있어 청년고용의 문제가 크거나 길지 않았다. 청년 장기실업의 문제는 평생 상처로 남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선진국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5일 발표된 정부의 청년 일자리 대책은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야 할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 특단의 대책이 베이비붐 시대의 자녀들이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시기에 한정된 것은 인구변화 측면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구나 청년고용문제의 본질적인 개선과제인 구조개혁 부분이 구체적인 정책 제시보다는 짧게 방향성만 언급돼 있는 점은 더욱 아쉽다. 이 부분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과 더불어 임금체계의 개선 등 노동시장 제도개선을 위한 과제가 조만간 다시 제시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