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경제학과 '전성시대'… 기재부·한은 고위직 30% 차지
양대 거시경제 기관인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이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위직 인사에서 연이어 요직에 중용되면서 ‘연세대 경제학과 전성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21일 기재부에 따르면 본부 국장급 이상 고위직 35명(장차관, 공석 제외) 중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은 11명에 달한다. 서울대 경제학과(무역학과 포함 13명)와 비등한 숫자다.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은 새 정부 들어 약진하고 있다. 전날 인사가 난 김병규 신임 세제실장(행정고시 34회)과 임재현 조세총괄정책관(34회)이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김 실장은 지난 2월 말 퇴임한 최영록 전 세제실장에 비해 네 기수나 어린 데다 경합했던 행시 31~32회 선배들을 제치고 발탁돼 주목받았다. 지난해 9월 인사가 난 기재부 본부 국장 8명 중에는 문성유 사회예산심의관, 이상원 복지예산심의관, 최상대 재정혁신국장, 양충모 공공정책국장 등 네 명이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이었다.

연세대 경제학과 '전성시대'… 기재부·한은 고위직 30% 차지
한은도 주요 보직에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이 대거 포진해 있다. 네 명(공석 제외)인 부총재보 가운데 임형준 부총재보와 신호순 부총재보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핵심 보직으로 꼽히는 조사국장(이환석)도 같은 과 출신이다. 경제학과는 아니지만 이주열 총재와 양석준 비서실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의 약진은 행시 34회 이후 합격생 증가와 맞물린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대에 이어 고려대 합격자 수가 연세대보다 많았다. 고려대 출신 장차관도 다수 배출됐다. 1990년 치러진 34회 시험부터 역전됐다. 34회 재경직 합격자 55명 중 서울대(39명)에 이어 연세대가 11명으로 고려대(2명)를 앞섰다. 서울대 출신은 이후 민간으로 많이 이직했지만 연세대 출신은 대부분 남아 지난해부터 동시에 국장급으로 승진했다.

기재부 본부 국장급 이상 고위직 중 고려대 경제학과 출신은 정무경 기획조정실장이 유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세대는 행시 34회 시험을 본 82~84학번 때부터 고시생이 부쩍 많아졌다”며 “대학에서 전략적으로 고시를 장려한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이 재경직에 많이 합격해 기재부 사무관 중 3분의 1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임도원/김은정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