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공유캠퍼스' 협력을 선언한 김용학 연세대 총장(왼쪽)과 김도연 포스텍 총장. / 사진=연세대 제공
5일 '공유캠퍼스' 협력을 선언한 김용학 연세대 총장(왼쪽)과 김도연 포스텍 총장. / 사진=연세대 제공
연세대와 포스텍(포항공대)이 올해부터 학점 교환, 강의 공유 등 ‘개방형 공유교육 시스템’을 구축한다. 대학을 둘러싼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협력모델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과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5일 연세대 상남경영관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양교간 전면 협력체계를 만들어간다고 밝혔다. 협력 범위는 연구·교육·산학협력을 아우르며 궁극적으로는 두 대학의 ‘공동학위’까지 줄 방침이다.

두 대학은 올 2학기부터 온라인 강의 공유를 비롯, 오프라인 강의 역시 방학을 활용해 ‘집중강의제’ 형태로 공유할 계획이다. 이 기간 학생들은 서로 인천 송도의 연세대 국제캠퍼스와 포항 포스텍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강의를 듣는다. 종합대와 과학기술특성화대의 특성을 살려 연세대 인문·사회 분야와 포스텍 공학 분야 위주로 교류하며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간략한 ‘연세대·포스텍 협력을 위한 개방/공유 캠퍼스 선언식’을 통해 이 같은 계획을 소개한 양교 총장은 “대학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경계를 넘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용학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 부르지만 실은 더 큰 ‘문명혁명’인데 우리 대학들이 잘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며 “이번 양교의 공동교육 시스템은 공간적·시간적 통합일 뿐 아니라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도전이다”라고 말했다. 자원의 공유, 나아가 ‘브레인 벨트’ 형성으로 대학들이 함께 지식을 활발히 유통·활동하는 모델을 정립하자는 뜻이다.

김도연 총장도 “국내 대학들이 이젠 한계에 이르렀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힘을 합쳐 새로운 역사를 써야 할 때가 된 것”이라며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했다.

양교가 공유캠퍼스 논의를 시작한 것은 2016년 여름께부터. 10여 차례 회의를 거쳐 새로운 대학 모델에 대한 공감대를 모은 끝에 구체적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두 대학의 이질적 특성이 도리어 더 큰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김도연 총장은 “프랑스의 인문계 명문 소르본느대와 이공계 명문 퀴리대가 10여년간 협력을 모색해 올 1월 두 대학이 완전히 합치기로 했다.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소개했다. 김용학 총장 역시 “하버드 의대가 왜 하버드 공대를 놔두고 굳이 MIT(매사추세츠공대)와 협력모델을 만들었는지 궁금했는데 대학 간에도 ‘경계 밖 이질성’끼리 결합했을 때 시너지가 더 크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이번 시도에 의미 부여했다.

연구 분야에서는 스마트시티와 바이오메디컬·헬스 분야 협력을 시작으로 공동 연구기관 설립까지 추진해나가기로 했다. 김용학 총장은 “예컨대 연세대 의료원의 임상·진료 데이터와 포스텍의 공학 연구를 결합하는 등 무궁무진한 공동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교는 연구시스템, 학생증, 학생회 선거 등 다양한 형태의 ‘블록체인 캠퍼스’를 가동해 기술을 연구하고 구연할 계획. 김도연 총장은 “가상화폐(암호화폐)와 연동돼 투기 대상 정도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지만 블록체인은 인터넷에 버금가는 충격을 가져올 정도의 기술”이라며 “대한민국 전체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켜나가겠다”고 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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